“‘설국열차’는 나에게 휴가였다. 봉준호 감독이 파티를 다 만들어 놓고 나를 초대해줬다.”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설국열차’를 만났던 배우 틸다 스윈튼의 첫 마디였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그는 봉 감독에 대한 극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작품의 탄탄함은 물론이며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지난 7월 30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진행한 인터뷰 자리에서 틸다 스윈튼은 즐거워 보였다. 한 편의 영화를 끝냈다는 홀가분한 마음과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이 담긴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년 전 인터뷰 당시 당분간 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에 대해 “영화를 찍을 때마다 내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내가 좀 게으른 편이다.”고 말해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인터뷰 당시 장기간에 걸쳐 독립영화를 만들고 있었는데, 끝나고 나니까 마치 굉장한 슛을 날린 뒤처럼 지쳐 있는 상태였다. 매번 찍을 때마다 그런 느낌이 들어 쉬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봉 감독과 작업하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주고 환기를 시켜줬다. 다음에도 영화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봉 감독의 작품이라면 함께 하고 싶다.”
틸다 스윈튼이 작품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즐거움’과 ‘자유’였다. 이러한 이유로 그에게 있어 봉 감독이 내미는 손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으리라.
“봉 감독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섬세하면서도 권위가 있는 묘한 기가 있는 것 같다. ‘살인의 추억’을 보면 어떻게 이 영화가 살아있으며, 울림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작품을 함께 해보니까 ‘달인이 만들어놓은 틀에 빨려가는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철저하게 준비된 사람이라 이미 머릿속에 백과사전을 집어넣어놓은 듯 답을 다 알고 있다.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재갈을 물려 놓고 ‘이랴’라고 하지만, 그 안에서 무한 자유를 느낀다. 영화를 만들어 본 사람의 입장으로서, 이제야 그의 작품에서 관객들이 전율을 느끼는 이유를 알게 됐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감독으로 히치콕을 손꼽으며, 봉 감독을 그와 비견할 만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봉 감독을 예술적 요소 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가진 감독으로 평가하며,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을 감독으로 칭찬했다.
틸다 스윈튼은 본래 배우가 아닌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이 좋아서 연기를 시작한 그는 봉준호라는 인물에 푹 빠져 있었다.
“왜 연기를 시작했을까 생각하면 나도 아직 반신반의 한다. 극장 계통에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소위 말하는 ‘친구를 따라간’ 케이스다. 작가라는 목표에 쏟았던 에너지를 연기를 하는데 뺏긴 것 같다. 아마도 사람이 좋아서 연기를 시작한 게 아닐까 싶다. 글을 쓰고 싶었었는데, 봉 감독 같은 사람이 내 인생에 들어오기 때문에 연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틸다 스윈튼에게 있어 어떠한 목표 의식보다는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우위에 놓인 듯 하다. 모든 사람이 이러한 삶을 바라지만 그렇게 할 수 없기에 당당히 자신만의 길을 걷는 그가 더욱 돋보이는 것이다.
틸다 스윈튼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설국열차’는 31일(오늘) 전야개봉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