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영어성적·자격증 배제 내년 스토리텔링 방식 채용 취업 준비생 정부정책 성토 “불공정 채용 늘 것” 비난도

“오디션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네요. 일단 기타부터 사야겠죠? 첫날은 다같이 낙원상가 갈 계획이고요. 그다음엔 청담동에 가서 메이크업 잘하는 곳 알아볼 생각입니다. 공부할 때 캠퍼스에서 ‘딩가딩가’ 놀던 친구들이 새롭게 경쟁에 합류해서 바짝 긴장해야 해요. 각자 특기가 뭔지 적어주세요. 이왕이면 개성적인 팀 만들어보려고요. (개인적으로 크레용팝 직렬 5기통 춤을 각색해서 6기통 DOHC로 해볼까 해요) 여름방학 동안 연습실 빌려서 빡세게 해서 한번에 붙자고요. 지금 SM 연습생과 컨텍 중입니다. 부교재는 천계영 작가의 ‘오디션’ 전집입니다.”

지난 25일 모 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글 ‘공기업 오디션 스터디원 구합니다’의 내용이다. 오디션으로 공기업 채용이 진행될 경우 벌어질 취업준비생 상황을 빗대 정부를 비꼰 것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공공기관 신규채용 때 학점ㆍ영어성적ㆍ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을 원천 배제하고 오디션, 스토리텔링 방식 등으로 뽑겠다는 정부 방침이 전해지자 대학생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객관적인 점수로 당락을 가름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불공정한 채용이 한층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각 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학생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오디션이 유행이니까 공기업도 오디션으로 뽑나? 웃음만 나온다” “취업준비하다 슈스케(오디션 방송 프로그램 ‘슈퍼스타K’) 나갈 판이네” “공기업 목표로 놀 것 안 놀고 열심히 공부하던 나는 뭐가 되나” 등이 대부분이었다. “ ‘빽’으로 공공기관 취업문을 채우겠다는 것” “대리시험이 판을 치게 될 것 같다. 학점 영어성적 안 보면 대체 뭘 보겠다는 건가?” “또 이런 ㅂㅅ 같은 정책이 나오다니 답답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한 대학생은 “취업 때문에 필요없는 공부를 하는 데 대해 항상 회의적으로 생각했지만 이건 좀 아니다. 어차피 ‘빽’으로 들어갈 사람들은 지금도 알아서 다 들어가는데 그게 정당화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자기소개서가 많이 빡세질 텐데 해외연수ㆍ인턴십 없으면 사실상 작성 불가능하겠죠. 일반 서민과 동 떨어진 탁상행정의 표본. 현대판 음서제(고관의 자녀를 시험 치르지 않고 관리로 뽑는 고려ㆍ조선의 제도)”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오디션이라는 용어 때문에 오해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이번 제도의 취지는 지원자들이 기본적으로 서류전형에서 학점 등 스펙 때문에 불합리하게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자는 취지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여러 가지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