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미래에는 누구나 유명인이 되는데 15분이면 족하다’는 앤디 워홀의 말이 방송 예능계에서 실감나게 적용되고 있다.

1~2년 전만 해도 예능계는 무슨 ‘라인’이니, 유재석-강호동 체제니 하는 말들이 나돌곤 했다. 유명인을 특정인 몇 사람이 독점하는 시대였다. 기자들은 특집기사에서 유재석-강호동을 이어받을 차세대 예능스타를 점치곤 했다. 이수근이니 김병만이니 하는 예측들을 내놨지만 모두 틀렸다. 유재석-강호동 양강 체제를 깬 인물은 엉뚱하게도 ‘아빠 어디가’의 티없는 아이 윤후였다.

일반인도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 가수가 되는 걸 목격했다. 예능 ‘나혼자 산다’와 드라마에까지 진출한 서인국, ‘올라잇’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김예림, ‘봄봄봄’과 ‘러브러브러브’로 스타 반열에 오른 로이킴은 얼마 전만 해도 일반인이었다. 일반인들도 ‘안녕하세요’나 ‘화성인 바이러스’ 등에 나와 자신을 어필하면 유명해진다.

▶한순간에 예능스타 되는 시대

예능 환경도 전혀 예기치 못하는 인물이 부상할 수 있는 관찰예능으로 변했다. 기존 버라이어티 예능이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상황과 기법을 자주 설정한다면 관찰예능은 진행자도 없고, 콩트와 설정이 거의 없다. 작위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콩트를 하거나 제작진의 연출이 가미되지 않는다. 출연자에게 카메라로 찍는다는 것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도록 하고 제작진은 ‘관찰’만 한다. 시청자들은 이제 예능에 조미료(인위적인 미션)를 자꾸 치는 걸 싫어한다. 미션만 반복하는 듯해 전개될 양상이 거의 예측 가능한 ‘1박2일’이 지루해진 것은 이 때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 ‘진짜’라면 관찰예능은 ‘진짜 진짜’다.

샘해밍턴(SamHammington/개그맨)
샘해밍턴(SamHammington/개그맨)

특정한 상황에서 출연자의 자연스런 행동을 살펴보는 관찰예능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연출자의 개입이 없어지자 출연자들의 꾸밈 없는 모습이 나타났고 이는 기존 인기 예능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물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익숙했던 예능인 대신 기대하지 않았던 윤후, 성준, 김민국, 샘 해밍턴, 조달환, 데프콘, 맹승지, 양상국 등 예능 ‘신상’들이 프로그램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시청자들이 이미 익숙한 사람이 계속 해먹는 것을 식상해함과 동시에 미지의 인물이 보여주는 의외성을 좋아한다는 증거다.

하지만 유명인이 쉽게 되었듯이 잊혀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인기 스타라도 떳떳하지 못한 사건에 연루되면 금세 추락한다. 재주가 있으면 쉽게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문제가 있다면 지탄받고 잊혀지는 건 건장한 예능 생태계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뜨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관리 그래서 뜨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관리다. 내용물이 좋고 정당한 방법으로 이어간다면 계속 유명인으로 인정해주지만 그렇지 못하면 인기를 유지하기 어렵다.

유재석-강호동이라는 프리미엄은 사라져 가고 있지만, 유재석은 대중친화적인 모습으로 관리를 잘하고 있다. 유재석은 유명인이지만 유명한 티를 내지 않는다. 야외 촬영 때 마주치게 되는 주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또 유명한 연예인을 만나도(실제로는 유재석 자신이 더 유명한데도) 마치 스타를 처음 보는 일반인처럼 행동한다. 일반 대중의 정서에 시선을 맞추는 유재석의 평소관리법은 귀감이 되고 있다.

배우인 클라라는 몸에 짝 붙는 옷을 입고 시구에 나서는 바람에 갑자기 유명해졌지만, 이 유명세를 뒷받침할 만한 연기력을 갖추지 못하면 본업이자 꿈인 연기자로 명성을 이어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계속 노출로 화제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클라라는 현재로서는 ‘옥타곤걸’로 유명해진 강예빈과 이수정과 비슷한 소비 지점에 놓여 있다. ‘우리동네예체능’에서 탁구 경기를 펼치며 갑자기 유명해진 배우 조달환도 이를 이어갈 만한 연기와 재치를 발휘하지 못하면 금세 식상해진다.

한때 월드스타로 명성을 날리던 비(정지훈)는 연예병사로 제대하고도 많은 대중에게 ‘보기 싫은 존재’가 됐다. 비가 지금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티아라는 화영에 이어 아름이 탈퇴하면서 또 한차례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소녀시대의 인기가 오래가는 것은 질투와 선망에 예민한 연령대에 있는 9명의 예쁜 여자들이 싸우지 않고(적어도 겉으로는) 결속력을 다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치열한 경쟁체제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운명이지만 ‘소녀시대’는 서로 협력하는 팀워크의 기운이 느껴진다.

누구나 재주가 있다면 예능스타가 쉽게 될 수 있는 시대지만, 대중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주고(마사지), 문제가 생기더라도 상식을 지켜나가야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는 시대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비상식과 편법을 사용한다면 대중의 ‘분노’가 순식간에 ‘공분’이 돼 자신을 향할 것이다. 그만큼 대중의 힘이 커진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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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환(영화배우/탤런트)
조달환(영화배우/탤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