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독점금지법 위반” 판결 자서전 ‘아마존 압박’발언 증거로
‘죽은 잡스가 애플의 발목을….’
미국 법원이 애플이 전자책(e-book) 가격 담합을 했다고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자서전을 증거로 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데니스 코트 뉴욕 소재 연방법원 판사는 “애플이 출판사들과 짜고 거래제한을 통해 전자책 가격을 인상시키려 한 책임이 있다”며 애플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10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아이패드’와 ‘아이북스토어’ 시장진출을 앞둔 지난 2009년 말과 2010년 초, 애플은 전자책 시장을 염두에 두고 ‘에이전시’ 모델을 도입했다. 출판사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대신 애플에 매출액 30%의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식이다.
기존 전자책 시장에서는 세계 최대 도서판매 사이트인 아마존에 전자책 소매 가격 결정권이 있었다. 이에 따라 출판사들은 아마존에 책을 공급하기 위해서 베스트셀러 전자책을 9.99달러에 판매하는 관행을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애플이 전자책 시장에 진출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애플과 계약을 한 출판사들이 아마존에 에이전시 모델로 계약을 변경할 것을 요구해 전자책 가격을 끌어올린 것. 9.99달러에 판매되다 10.99달러로 오른 할레드 호세이니의 ‘그리고 산이 울렸다’, 12.80달러로 뛰어오른 닐 게이먼의 ‘길 끝의 바다’가 대표적이다.
그러자 아마존 등은 애플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폈으며, 미국 법무부가 애플과 출판사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이처럼 출판사 간 경쟁을 저해하고 가격을 인상시킨 배후에 애플이 있다고 판단했다. 코트 판사는 애플과 출판사가 담합해 아마존을 압박했다는 증거로 잡스의 자서전 문구들을 인용했다. 잡스가 그의 전기작가에게 “출판사들이 아마존에 찾아가 ‘에이전시 모델 계약을 하지 않으면 아마존에 책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자랑한 발언 등이 ‘애플에 불리한 명백한 증거’라는 것.
한편 법무부는 잡스가 에디 큐 애플 인터넷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담당 수석 부사장에게 보낸 e-메일에서 “출판사들이 아마존에 에이전 트 모델을 수용시켜야 애플이 경쟁적일 수 있다”고 쓴 문구를 들어 애플과 출판사 간의 불법적 담합 관계를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애플 측은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잡스의 말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항소의 뜻을 밝혔지만, 코트 판사는 “잡스의 발언을 피해갈 방법은 없다”고 일축했다.
강승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