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수’ 역 최민식의 헤어스타일, 장도리로 수십명을 상대하는 격투신은 같았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군만두를 대신한 컵라면과 20년으로 늘어난 감금기간이었다.

박찬욱 감독의 2003년 원작을 리메이크한 스파이크 리 감독의 미국판 ‘올드보이’가 오는 10월 개봉을 앞두고 11일 티저 예고편이 온라인을 통해 전격 공개됐다. 특히 강렬한 폭력과 섹스신을 담아 미국의 R등급(17세 미만 보호자 동반 필요), 한국영화로 치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예고편으로 영화팬들의 관심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미국 주요 신문의 인터넷판과 영화 전문 사이트는 티저예고편 공개가 되자마자 동영상을 게재하고 관련 기사로 보도했다.

원작에서 최민식이 맡았던 주인공 역할은 미국판에선 조쉬 브롤린이 맡았다. 극중 이름은 원작의 ‘오대수’와 비교적 흡사한 ‘조 두셋’(Joe Doucette)이다. 예고편은 조 두셋이 1993년 10월 영문을 모르는 채 감금방에서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불길한 느낌에 사로잡힌 조 두셋은 문을 두드리며 바깥에 대고 소리를 지르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TV를 통해 흘러가는 시간이 암시된다. 클린턴의 얼굴에서 오바마로 대통령의 얼굴이 바뀌는 동안 2001년 9ㆍ11 테러와 2005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해 장면이 지나간다. 특히 조 두셋이 감금돼 있는 동안 9ㆍ11 테러로 그의 아내가 희생되고 갓난 딸만 살아남았다는 TV뉴스가 방영된다. 이를 바라보는 조 두셋의 머리는 원작 최민식의 헤어스타일과 비슷하다. 다만 원작에선 주인공에게 감금방의 ‘구멍’으로 군만두가 배달됐으나 리메이크작에선 우유와 컵라면이 들여넣어진다. 주인공은 감금 20년 후인 2013년 평원 위에 놓여진 나무상자에 갇힌 채 드디어 바깥으로 나온다. 이후엔 조 두셋이 감금의 이유와 감금한 자를 밝혀내기 위한 복수의 과정을 짤막짤막 보여준다. 최민식이 오직 장도리 하나를 휘두르며 수십명의 상대와 싸우는 장면을 ‘원 신 원 컷’(장면을 나누지 않고 한번에 촬영하는 기법)으로 담은 유명한 대목이 리메이크작에도 등장한다. 수수께끼의 여인과의 대화와 알몸 섹스신도 스치듯 지나간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미국 언론들이 이구동성으로 표현한대로 아시아의 ‘익스트림 무비’(극단적인 폭력과 액션을 다룬 영화)이자 세계 스릴러 영화의 ‘클래식’으로 적지 않은 열광적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애초 미국판으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에 대해 많은 영화팬들이 우려를 표할 정도로 원작의 압도적인 영상미와 드라마가 찬사를 받았다. 티저 예고편은 일단 원작의 색깔과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폭력과 섹스신의 강도도 원작 수준에 충실했다. 남은 것은 감금의 이유와 감금한 자의 비밀, 그리고 주인공이 이르는 복수 여정의 끝이 어떻게 그려질까다. 한국 영화의 걸작이 미국에서 ‘귤화위지’가 될까, ‘청출어람’이 될까.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