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기업·정부 아우르는 최적임자와 이별에 깊은 시름…박용만·이승한 등 오너출신 차기회장 후보 물망
‘고민 끝의 결단인가, 새로운 길에 대한 강력한 의지인가.’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임기 1년7개월을 앞두고 사의를 밝혔다. 표면상으론 위기에 놓인 CJ의 비상경영에 전념하기 위해서지만 내면적으로는 어쨌든 몸담았던 CJ의 모럴해저드 논란에 재계단체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상의에 더는 부담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의 CJ를 구할 경영위원장에 ‘올인’하고, 누구보다 사랑했던 상의에 흠집을 내선 안 되겠다는, 그로선 고뇌의 찬 ‘용퇴’인 셈이다.
상의 회장단은 당장 반대했다. 손 회장이 긴급회의에서 사의를 밝히자 “손 회장만큼 국가경제를 이해하고 재계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또 있겠느냐. 상의 회장 임기를 마쳐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손 회장의 사퇴 의사가 워낙 강해 사임은 기정사실화됐다.
‘덕장(德將)’을 떠나 보내야 하는 상의로선 고민에 빠졌다.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 등 업계 전체를 대변하는 상의 회장, 정부 정책 과정에서의 견제와 협력을 해야 하는 상의 회장, 기업을 옥죄는 규제 해소를 위해 때론 총대를 메야 하는 상의 회장. 글로벌 경기 침체기 기업 활력에 일조해야 할 이같이 중요한 자리를 맡을 후임자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손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의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5년 11월 박용성 회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손 회장이 세 차례 연임하면서 상의를 이끌어온 것도 경제를 보는 뛰어난 식견 외에도 재계에서의 두터운 신망이 바탕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업계에선 대ㆍ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상의가 하루빨리 손 회장 사의 충격에서 벗어나 전열을 가다듬기를 바라고 있다.
새 회장은 102명의 서울상의 의원들이 모여 부회장단(16명) 중 한 명을 합의 추대 형식으로 선출한다. 이 같은 선출 전통은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유력한 이는 부회장 중 오너다. 현재 서울상의 부회장 중에서 오너 출신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 신박제 엔엑스피반도체 회장,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등이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박 회장이 유력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누가 회장이 되든 손 회장만큼의 무게감과 신망, 식견을 내보이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의 공백은 한동안 회자될 것이다.
김영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