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정규 7집‘수니 세븐’발표한 장필순

2005년 제주도로 건너가 생활 하나음악 시절 동료들 하나둘 모여 소박한 음악 공동체 다시 만들어

앨범 관통하는 주제는 내려놓음 수수하지만 세련된 감성 큰 울림

2초. 이 찰나 동안 광고음악이 소비자의 만감을 자극하지 못하면 소비자의 다음 행동은 없다.

52초. 장필순이 정규 7집 ‘수니 세븐(Soony Seven)’의 첫 곡 ‘눈부신 세상’에서 첫 목소리를 들려주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다. 어지간한 가요의 1절이 흘러갈 만한 시간을 채우는 것은 핑크플로이드의 대곡 ‘에코스(Echoes)’를 연상케 하는 물방울 소리처럼 고요하고도 신비로운 울림 뿐이다. 이 시간이 견디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잠시 눈을 감고 여유를 부린다면 음악 자체의 순결함이 청자를 섬세하게 어루만질 것이다.

27일 11년 만에 새 정규 앨범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장필순(가수)
11년 만에 정규 7집 ‘수니 세븐(Soony Seven)’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장필순.  [사진제공=푸른곰팡이]
장필순(가수) 11년 만에 정규 7집 ‘수니 세븐(Soony Seven)’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장필순. [사진제공=푸른곰팡이]

장필순은 “새로운 소속사(푸른곰팡이)에서 후배가 하나둘씩 모여 음악하는 모습을 보니, 하나음악(1990년대 조동진ㆍ조동익ㆍ장필순ㆍ이규호 등 포크 뮤지션이 활동했던 기획사) 식구와 함께했던 시간이 그리워졌다”며 “그 시절을 함께했던 사람들과 다시 만나 음악을 하는 일이 행복했고, 후배에게도 힘이 돼주고 싶었다”고 새 앨범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장필순이 2002년 발표한 6집 ‘수니 6(Soony 6)’는 평단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실패를 맛봤다. 그는 허탈해진 심신을 달래기 위해 2005년 제주도로 건너갔다.

앨범엔 지난 20일 선공개된 ‘맴맴’을 비롯해 ‘너에게 하고 싶은 얘기’ ‘그리고 그 가슴 텅 비울 수 있기를’ 등 9곡이 수록돼 있다. 드럼을 제외한 앨범의 녹음은 모두 장필순의 제주도 집에서 진행됐다. 하나음악 시절 동료가 하나둘씩 섬으로 모여들어 다시금 소박한 음악 공동체를 형성했다. 오랜 음악적 동반자이자 제주도 주민인 조동익이 앨범 제작을 지휘했다. 한국 포크음악의 거목이자 하나음악의 수장이었던 조동진은 ‘눈부신 세상’을 장필순에게 선물했다.

앨범을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이자 음악적 특징은 내려놓음이다. 수수하지만 초라하지 않고, 세련됐지만 화려하진 않다. 내려놓은 자리로 기교를 뺀 장필순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낮게 스며들어 나머지 소리를 조율한다. 90년대 하나음악 특유의 서정과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 트렌디한 요소가 한 공간에서 유영하되 반목하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내려놓음 덕분이다. 장필순은 “한 걸음 물러나 세상을 관조할 수 있게 되자 자연스레 기교가 줄어들었고 빈 공간과 울림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며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새삼 내가 열심히 작업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