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ㆍ김다빈 인턴기자] “옛 모습은 많이 없어졌지만, 알맹이라 할 수 있는 예술가와 관객의 열정은 그대로인걸요.”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샘터 파랑새 극장 앞에는 수많은 거리의 악사들이 공연하며 행인의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힘 있는 힙합 댄스팀, 록그룹, 아카펠라 합창단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팀이 있다. 올해로만 23년간 거리공연을 한 팀. 바로 개그 콤비인 김철민(47)ㆍ윤효상(47) 씨다.
대학로에서 만난 이들은 ‘유머니스트’라 자칭한다. 1990년 첫 거리공연을 시작으로 매주 주말 오후 3~5시 사이에 같은 자리에서 공연했다고. ‘최고참’인 이들이 공연하는 방식은 23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각자 맨 기타와 작은 북 하나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관객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웃음을 생산한다. 윤 씨는 “음향 장비없이 생목으로 노래하고 웃고 떠드는 이 방식이 사람 냄새가 나서 좋다”고 했다.
처음 거리 공연을 시작했을 때 이들은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과 달리 거리 공연은 하는 사람의 수도 적었고 관객에게도 익숙하지 못했기 때문. 개그로 거리에 나온 것은 일종의 실험이었다는 김 씨는 “예전엔 공연으로 봐주긴 커녕 소란을 일으킨다며 경찰서에 수시로 드나들었지”라고 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예전 관객들은 공연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면 요즘은 공연 중이라도 언제든 다가와 질문한다고 한다. 그만큼 관객과 소통이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이다.
관객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처음 20대였던 관객들은 함께 나이를 먹으며 40대가 됐고, 여기에 새 관객들이 추가되면서 20~40대에 이르는 넓은 층을 팬으로 갖게 됐다. “학생이던 친구가 나중에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도 했고, 이민 갔다 15년 만에 온 한 관객이 대학로에 남아 있어줘서 고맙다며 울고 간 적도 있었다”고 김 씨는 말했다. 윤 씨는 “항상 두 손을 꼭 붙잡고 공연을 보러 오시던 노부부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할머님만 오시더니 이젠 오시질 않으신다”며 안타까워했다.
요즘 이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바로 거리의 예술가들이 대학로를 떠나 생계를 위해 지방 곳곳의 행사를 전전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윤 씨는 “우리가 여기서 계속 관객들이 떠나지 않도록 지킨다면 언젠가 그들도 다시 오지 않을까”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이들에게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50대, 60대가 돼도 감각과 열정을 유지하며 계속 공연을 이어가는 것이다. 윤 씨는 “앞으로도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이에서 웃음을 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며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실 이들은 10여 년 전부터 공연 수익금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스스로 즐거우면서 남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이 일이 너무 좋다는 윤 씨와 김 씨. 마지막 멘트가 멋있다. “멋대로 사는 거지. 힘들 때가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지금도 즐기면서 공연하고 있는데 그 누가 막을 수 있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