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벌 뜨겁게 달군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신중현 ‘아름다운 강산’ ‘커피한잔’ 메탈리카 ‘힛 더 라이츠’ ‘블랙큰드’ 전설들의 멋진 연주 폭염도 잠재워 7만5천명 동원…관객들 ‘떼창’ 장관
전설과 함께 잠실벌에는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때마침 불어온 여름 바람에 기타를 멘 백발의 기타리스트의 머리가 흩날렸다. 75세 거장의 주름진 손이 기타를 희롱할 때마다, 10~20대 팬들은 펄쩍펄쩍 뛰었고 30~40대 중년들은 환호를 보냈다.
“68년경 제가 한창 음악을 할 때 월남전이 터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노래를 만들었는데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입니다.”
“지금 부를 노래는 대한민국 금지곡 1호입니다. ‘거짓말이야’인데요, 사랑했는데 떠났으니까 거짓말이라고 울부짖었는데 왜 금지했는지 지금도 의문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자기들 하는 짓이 ‘거짓말’이라는 거겠죠.”
한국 록의 살아 있는 전설, 신중현은 백발을 휘날리며 흰 옷을 차려입은 도인 같은 풍모로 무대에 올라 신대철(기타), 신윤철(베이스) 등 두 아들과 함께 신들린 연주를 펼쳤다. 때로는 읊조림 같고, 때로는 청년의 외침 같은 노래가 자신이 튕기는 기타의 여섯 줄을 타고 폭염을 잠재웠고 젊은 청중의 몸을 흔들었다. ‘미인’ ‘커피 한잔’에서 ‘아름다운 강산’까지 강렬한 하드록과 몽환적인 블루스로 재해석한 자신의 곡이 50여분간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압권은 신대철의 화려한 속주와 즉흥연주, 드러머의 솔로가 교차되며 십여분 이상 계속된 ‘리듬 속의 내 춤을’의 무대였다.
이어 잠실주경기장에 설치된 ‘슈퍼스테이지’가 한밤 록음악의 절정을 이뤘다. 1980년대부터 약 30년간 세계 최고의 록밴드로 자리매김한 메탈리카의 무대는 올해 7개 이상의 대형 행사가 이어지며 붐을 맞은 국내 ‘록페스티벌’의 정점이자, 최근 수년간 내한한 해외 뮤지션 록콘서트의 백미라 할 만했다. 18일 오후 9시30분. 아무런 고지 없이 예정보다 30분 이상 늦게 모습을 나타냈지만 폭염에 지친 청중들의 원성을 속사포 같은 기타 리프와 광포한 드럼 사운드, 지축을 뒤흔드는 베이스의 울림으로 단숨에 잠재웠다.
현대카드가 도심 속의 록페스티벌을 표방하며 올해 최초로 마련한 ‘시티브레이크’가 17~18일 이틀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국내외 록음악의 최정상 밴드로 화려한 라인업을 구성한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18일 오후와 밤 공연은 대미였다. 특히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오른 메탈리카는 제임스 햇필드(기타ㆍ보컬)와 커크 해밋(기타), 제임스 트루히요(베이스), 라스 울리히(드럼) 등 길게는 수십년간 함께한 멤버들의 완벽한 호흡과 연주기량, 무대 연출로 록음악 무대로는 이상적인 광경을 2시간20분여 동안 만들어냈다. 밴드의 데뷔곡이기도 한 ‘힛 더 라이츠’로 시작해 ‘마스터 오브 퍼핏츠’ ‘원’ ‘새드 벗 트루’ ‘블랙큰드’ ‘엔터 샌드맨’ 등 메탈리카의 30년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곡들이 망라돼 연주됐다. 밴드도 대단했지만, 청중들의 호응도 못지않았다. 거의 전곡의 노랫말을 따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첫 곡의 전주부터 구음으로 ‘떼창’(합창)을 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특히 ‘더 메모리 리메인’에선 1분 이상 청중들만의 노래가 이어지자 밴드 멤버들이 넋 놓은 채 팬들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날 메탈리카의 공연을 본 4만명을 비롯해 ‘시티브레이크’엔 이틀간 7만5000명이 다녀갔다. 첫날 헤드라이너였던 뮤즈와 18일 공연한 하드코어 펑크록 그룹 라이즈 어겐스트 같은 최전성기의 젊은 밴드들뿐 아니라 한국의 김창완 밴드와 신중현, 미국의 메탈리카와 전설적인 펑크의 대부 이기 팝(이기 앤 더 스투지스) 같은 거장들의 사운드가 국내 록페스티벌 중 역대 최고의 라인업을 이뤘다. 이로써 사흘간 각각 8만여명의 청중을 동원한 지산과 펜타포트, 이틀간 각각 3만명과 5만명을 모은 슈퍼소닉과 안산과 더불어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로 국내 록페스티벌은 붐을 맞게 됐다.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