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증세(增稅) 없는 국민복지 확대는 없다!”
정부가 중산층 증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강한 저항에 부딪혀 수정안을 내놓는 등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제2의 증세ㆍ복지 논란을 점화시키며 새로운 뉴스메이커로 급부상했다. 장 교수가 정부가 세금을 거둬야 복지 확충을 위한 재원이 마련될 수 있는데, 증세 없이 복지를 확충한다는 얘기는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장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대 강연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산수로 안 된다”며 “복지 지출 1~2% 늘리는 거면 세금 더 안 걷고 할 수 있지만 5~20% 늘려야 하는데 세금 안 걷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장 교수는 증세와 재분배 두 가지 측면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내려면 국민 통합이 전제돼야 하며 불평등을 방치하거나 그로 인한 결과를 국민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여론에 밀려 증세를 철회한 상황에서 장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또 한 번의 일침이 될 수 있다. 장 교수의 요지는 한마디로 ‘정부가 솔직해져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여권 내에서도 동일하게 감지되고 있다. 새누리당 등에서 증세 없는 복지 공약에 대해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우리는 정부가 세금을 어디에 태워버리거나 묻어버린다고 생각하지만 세금은 이 주머니에 있는 걸 저 주머니로 옮겨서 저렴하게 복지를 공급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누진세와 시민권 원칙에 의해 돈 많은 사람이 더 부담하고, 돈 적은 사람이 덜 부담하며 다 같이 내고 받아야 하므로 증세 없는 복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국가 전략을 세우는 많은 분이 지금 세계가 1950~1960년대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인식하지 못한다”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기울어져 가는 영ㆍ미식 체제에 영합할 것이 아니라 선진국도, 후진국도 아닌 묘한 위치를 잘 이용해 어떻게 목소리를 낼지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인 장 교수는 27세인 1990년 한국인 최초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됐다. 2003년 신고전파경제학의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상’을 최연소로 수상함으로써 명성을 얻었다.
그의 주요 저서로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사다리 걷어차기’ 등이 있다. 지난해 대선 땐 새누리당으로부터 강한 영입 제안을 받기도 했고, 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후보로도 거론된 인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