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주니어에게는 상상력을, 디자인 시니어에게는 책임감을
최대 디자인행사에 ‘영감(靈感) 펀치’ 날리러 거장 8명이 온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어린아이들의 블록 쌓기 놀이에는 디자인의 기본요소가 모두 들어가 있다. 자신만의 영감과 가치를 담아 작품을 쌓아올린다는 점이 그렇고, 언제든 완성된 작품을 다시 허물어뜨리고 ‘다시 상상’ 할 기회가 있다는 점이 그렇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조와 파괴, 재창조의 과정에는 반드시 ‘책임감’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처음 쌓았던 블록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반성하고 고치려 할 때 재창조의 완성도는 더욱 올라간다.
오는 10월 헤럴드 주최로 개최되는 ‘헤럴드디자인위크2013’는 이같은 재창조 디자인과 사회적책임이 담긴 디자인의 위력을 고찰한다. ‘Re-imagine the World’ 라는 주제 아래 펼쳐지는 행사는 디자인혁신가, 건축가, 산업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다양한 세계적 거장 8명을 연사로 초청했다. 혁신적 사고로 블록을 쌓는 것부터 거기에 가치를 입히는 것,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 까지, ‘디자인으로 세상을 다시 상상하자’는 철학을 충실히 공유하기 위해서다.
10월8일 디자인위크의 포문을 열 연사는 일본의 건축가 이토 도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이와테 현(県)에 지진 피해자 쉼터 ‘모두의 집(Home for All)’을 설계해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그는 ‘사회에 기여하는 건축(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을 부르짖는다.
“건축의 근본 목적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며, 인간이 그를 둘러싼 자연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탈리아의 산업디자인 거장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와 그래픽 디자이너 매기 맥냅이 제시할 ‘디자인에 브랜드 가치를 더하는 법’도 시선을 끈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는 최근 파리바게트의 컵을 디자인해 국내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대중을 위한 디자인’. “브랜드는 소비자를 감동시키고 그들이 열망하고 꿈꾸는 것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 힘은 감성에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에 있고, 바로 이것이 브랜드의 생명”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플라스틱 등의 인공재료를 사용해 화려한 디자인을 주로 하는 그는 1996년과 1998년 황금콤파스상, 1999년 포럼디자인하노버상을 수상했다.
뉴멕시코대학의 교수이자 맥냅 디자인 대표인 매기 맥냅은 어떤 언어나 문화권에서도 이해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디자인하는 ‘시각적 소통’으로 유명하다. ‘Design by Nature‘ 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한 그는 “소통을 목표로 한 디자인은 창의적, 효과적, 미적으로 아름다워야 하며,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 브랜드를 대표해야 한다”는 철학을 전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2명도 주목할 대상이다. ‘디자인 코리아’의 미래를 제시할 주인공은 바로 이돈태 영국 텐저린사 대표와 오준식 아모레퍼시픽 상무. 이 둘은 현재 대한민국 디자인에서 빠져선 안 될 인물로 평가되며, 그 우수한 안목과 실력 탓에 그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종종 ‘세기의 라이벌’로 지칭되기도 한다.
이돈태는 애플의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가 창업한 탠저린에 1998년 입사한 뒤 7년 만에 공동대표 자리에 올라 유명해졌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기존의 경영을 새로운 시각과 장기적 사업 전략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디자인 경영’ 이다. 충분한 자료 분석과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상상하고 예측하는 것이 디자인이고, 그렇기에 디자이너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포어사이트(foresightㆍ선견지명)’를 가져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그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영국항공의 비즈니스석을 S자 형태로 다시 디자인해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둬들이도록 만들었다.
‘현대카드 프로젝트’로 유명한 오준식은 ‘가치 디자인’의 전도사다. ‘일상적 사물에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디자인’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고유의 창조성과 시대성, 문화성을 반영하는 디자인을 중시한다.
그는 현대카드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는 디자인의 창조-반영-혁신의 과정을 거쳐 제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다.
게리 카드와 게빈 휴즈 등 외국의 젊은 디자이너는 ‘공간’을 이야기한다. 레이디카카의 콘셉트 디자이너로 유명한 게리 카드는 세트디자인부터 일러스트레이션까지 종횡무진 누비는 팔방미인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묘한 느낌을 받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데 집중하는 그는 2012년 영국 디자인박물관 ‘올해의 디자인’상 인테리어 디자인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게리 카드가 독특함과 재기발랄함에 집중한다면, 그와 함께 세션을 진행할 게빈 휴즈는 ‘사회에 기여하는 공간 디자인’이 주특기다. 영국의 아동ㆍ학교ㆍ가족부와 함께 추진한 초등학교 개선 작업이 유명한데, 런던 중심부의 저소득층 지역 학교를 완전히 탈바꿈시켜 영국을 놀래켰다.
스포트라이트 인물 중 하나는 팀 브라운 IDEO 대표다. 그가 운영하는 IDEO는 마이크로소프트, 펩시 등 포천 100대 기업에 디자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 혁신기업으로 손꼽힌다. 그는 IDEO를 운영하며 쌓은 경험과 지식으로 ‘디자인 혁신’의 가치를 전한다. 팀 브라운은 평소 “지구 온난화, 교육, 의료, 안보,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 등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디자인이 기여할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디자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