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ㆍ김성훈 기자]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에 대한 검찰의 추징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 씨가 조성한 천문학적인 비자금의 ‘성격’에 대해서도 관심이 일고 있다. 전 씨측은 이를 단순 ‘정치자금’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추징팀에서는 이를 ‘뇌물’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헤럴드경제가 ‘12ㆍ12 및 5ㆍ18 관련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전 씨에게 추징된 금액 2205억 원은 ‘정치자금이었다’는 전 씨측의 주장과는 달리 모두 기업들이 댓가를 바라고 건넨 ‘뇌물’로 인정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전 씨는 1987년 12월께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 등 각종 국책사업의 사업자선정, 금융세제운영 등 기업경영에 관련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다른 경쟁기업보다 우대하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해달라는 취지로 고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회장으로부터 7회에 걸쳐 220억 원을 수뢰했다. 또 고 이병철 회장으로 부터는 금융ㆍ세제 운영 등 기업경영과 관련된 직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경쟁기업보다 우대하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해 달라는 취지로 8회에 걸쳐 220억 원을 받았다.

또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으로 부터는 동아건설이 2차 리비아 대수로 공사도 수주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부탁과, 동아건설이 소유한 인천시 원창동 소재의 1100만평을 매입하여 쓰레기매립지로 하려는 정책을 바꾸어 일부만 매입하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최 회장은 다목적 건설사업 등 국책사업 선정에 있어 경쟁기업보다 우대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4회에 걸쳐 180억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고 조중훈 한진그룹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으로부터 금융세제 운영 등 기업경영과 관련된 직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경쟁기업보다 우대하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해 달라는 취지로 700억 원을 수뢰하는 등 총 32개 업체 대표 32명으로부터 청와대 대통령 접견실이나 직무실, 혹은 안가 등에서 만나 2205억 원을 받았다.

법원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청탁이 있었으며, 청와대 접견실 등지에서 개인적으로 만나 수뢰해 뇌물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당시 ‘5.18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전 씨 비자금 수사를 총괄했던 최환 변호사는 ‘전씨가 조성한 비자금 규모는 9500억 원을 상회했으며, 1996년 1월 당시 중간수사발표에서도 정확하게 이러한 내용을 브리핑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약 7000억 원에 대해서는 댓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치자금으로 봤으며, 2205억 원에 대해서는 뇌물임이 인정돼 기소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