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대한민국 경제의 역사는 경제5단체의 발자취와 궤를 같이 한다. 일제 치하와 전쟁의 고통 속에 무너졌던 경제 기반을 되살린 ‘역군’으로,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당시 경제체제의 중심을 잡았던 ‘주춧돌’로, 때로는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며 정부를 압박하는 ‘저격수’였지만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를 함께 이뤄가는 ‘파트너’로 영겁의 세월을 보내왔다. 혹자는 이들을 ‘경제계의 독수리 5형제’라고 부른다. 이들 단체는 대한민국 경제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위기’ 속 대한민국의 경제 기반을 일구다=독수리오형제 중 가장 오래된 곳은 대한상공회의소다. 1884년 한성상업회의소(현 서울상공회의소)를 전신으로 한다. 한성상업회의소가 만들어진 배경은 당시 일본 상인의 횡포에 맞선 국내 상인들의 ‘권리 찾기’에서 시작된다. 서울 종로 육의전 상인들이 주축이 돼 단체를 만들었고 이후 부산, 인천 등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상공회의소가 생겨났다. 본격적으로 상공회의소로서의 모습을 갖춘 것은 1946년이며, 6년 후인 1952년에 상공회의소법이 제정됐다.
한국무역협회(무협)는 해방 직후인 1946년 설립됐다. 당시 한국 무역은 기초 체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자립 무역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제도와 정책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해방 직후 이러한 행정 공백기를 틈타고 중국의 정크 무역, 대일 밀무역 등이 성행하며 극도로 혼란한 시기가 이어졌다.
혼탁한 경제 질서를 바로잡고 정부의 경제ㆍ무역 정책에 업계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국내 무역인들이 힘을 모았다. 당시 일본과 미국 유학을 마치고 사업가로 활동하던 김도연 박사(무협 1~2대 회장)를 중심으로 105개 무역상사가 뜻을 모았다. 그 결과 1946년 7월31일 무협이 정식 출범하게 됐다.
1953년 휴전하며 전쟁은 끝났지만 전후 사회의 정치적 혼란은 이어졌다. 1960년대에 접어들며 세계 경제가 안정적인 고도성장을 지속했지만 국내는 정치 혼란으로 경제 체제 마저 흔들리고 있었다. 당시 정치 혼돈기 속에서 자유시장경제 체제 구축에 힘썼던 소장 경제인들의 패기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오늘을 가능하게 했다. 1961년 ‘한국경제인협회’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전경련은 1968년 현재 이름으로 개명했다.
초대 회장을 맡았던 이병철 회장은 해외 자본 및 투자 유치와 공업화를 통한 내수 경기 활성화에 힘썼다. 포항제철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현대자동차 등 여전히 한국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는 기간산업이 처음 발을 띄게 된 것도 전경련과 당시 정부와 협력해 일군 결실이다.
▶함께가는 중기ㆍ건강한 노사 …대한민국 경제를 ‘업그레이드’ 시키다=대한상의, 무협, 전경련이 개발 역군으로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며 국내 산업의 외형을 키웠다면 동생들인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노사 관계, 임금 문제, 복리후생, 산업안전, 동반성장 등 한국 경제의 내실을 다니는 역할을 하며 대한민국 경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1970년에 설립된 경총은 노사 관계에 특화된 단체로 1990년대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천명하기도 했다. 상생의 노사 문화를 토대로 고용 촉진과 일자리 창출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힘을 써왔다. 정부의 기업 관련 정책에 사회보장 및 고용 창출 요소가 반영될 수 있도록 자문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고용노동정책과 관련해서는 경총이 경제5단체 내에서도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1998년 IMF체제 때는 신노사관계 정립방안을 발표하며 건강한 노사 관계 정립을 위해 힘썼다. 2000년대부터는 더 나아가 비정규직 보호, 근로문화 선진화, 공공고용서비스 강화 등에도 힘쓰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1962년 설립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모태로 하지만 본격적으로 규모가 커지게 된 것은 1993년 중소기업 연구원을 설립하면서부터다. 2006년부터 지금의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중소기업들의 권익과 발전을 위한 단체로 전국에 퍼져있는 62만여곳의 회원 업체들의 사업영역을 보호하며 성장ㆍ발전을 돕는다.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공제제도를 운영하며 중소기업들이 자금 문제로 고통받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고속 성장이 이뤄지던 1970-1980년대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동반성장 등의 가치는 크게 관심받지 못했다. 대기업을 위주로 한 성장, 발전이 이뤄지면서 중소 및 벤처기업 육성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그 빈자리를 중기중앙회가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때론 ‘파트너’, 때론 ‘저격수’로…대한민국 경제의 ‘멘토’가 되다= 각종 경제 현안과 사회 문제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5단체는 정부가 경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문기구다. 각 단체의 성격에 따라 의견이 다르기도 하지만 그 다양성이 경제 정책 구축에는 자양분이 된다.
정부의 경제사절단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경제5단체장은 순방 일정을 함께하며 한국 경제를 알리는 주요 역할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정책도 경제단체들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제단체들은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에 따라 경제민주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매개 역할을 하며 정부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매번 듣기 좋은 말만 오가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기업의 정상적인 운영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판단될 때는 정부를 압박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로 국회를 중심으로 기업을 옥죄는 경제민주화 관련 의원입법안이 남발되자 다섯개 단체들은 공동대응에 나서며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며 ‘저격수’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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