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실탄ㆍ총기 등을 보관하는 일선 파출소의 ‘무기고’가 인근 상인과 시민들을 위한 ‘금고’로 재(再)활용되고 있다. 시민들은 “경찰이 시민의 지팡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서울 강서구 발산파출소는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은행 등 금융기관이 문을 닫아 현금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인근 강서 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을 위해 무기고를 금고로 활용토록 했다.
150여명 도매 상인들의 조합인 강서 농수산물시장 서부청과(주)는 연휴 시작 첫날인 지난 18일 현금 4억9000여만원을 발산파출소 무기고에 보관하고, 연휴가 끝난 23일 안전하게 돌려받았다.
강창익 서부청과 재무관리팀장은 “연휴 때 장시간 자리를 비울 경우 도난 보험도 적용되지 않아 매번 난감한 상황이었다”며 “이번에도 농협이 문을 닫아 연휴 전날 밤과 연휴 첫날 오전에 수금한 돈을 맡길 곳이 없었다”고 했다. 강 팀장은 “이에 2005년부터 발산파출소에 협조를 구해 명절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돈을 맡기고 있다”며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금고를 내어주는 파출소에 상인 모두가 고마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파출소의 이런 ‘금고 제공 서비스’를 활용하는 건 상인 뿐만 아니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구일지구대는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5박6일 동안 집을 오래 비워야 했던 인근 주민의 부탁으로, 예물 등 귀중품 1500만원어치를 지구대 안 무기고에 보관해주기도 했다.
나연식 구일지구대 팀장은 “약 3년 전 관내 치안 활동을 하면서 장기간 집을 비울 때 빈집털이 예방의 일환으로 귀중품을 맡겨도 된다는 홍보를 해왔다”며 “시민들로부터 ‘덕분에 마음 편하게 다녀왔다’는 얘기를 들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물론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모든 지구대ㆍ파출소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경찰청 생활안전계 관계자는 “무기고 활용은 전국적인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치안 상황과 인력 등을 고려해 일선 경찰서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