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각 악장이 연결되어 있어. 연주자들은 중간에 쉬어선 안 돼. 그런데 이렇게 쉼 없이 오래 연주하면 각 악기들의 음률이 서로 어긋나게 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연주를 멈춰야 할까? 아니면 불협화음이 생겨도 필사적으로 서로에게 맞춰 가야만 할까?”

영화 ‘마지막 4중주’에서 첼리스트 피터가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을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베토벤이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좋아했던 곡으로 꼽힌다는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 7악장을 쉬지 않고 40분 가량 연주해야 하는 독특한 공식이 적용되는 곡이다. 일반적으로 현악4중주는 4악장으로 구성돼 악장과 악장 사이마다 휴식이나 악기 조율이 가능하지만, 이 곡은 음이 어긋나고 하모니가 엉클어져도 7악장이 쉼 없이 연주돼야 한다. 이 때문에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난이도가 무척 높은 곡으로 손꼽힌다.

그래서 이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불협화음’을 만든다. 그래서 ‘불협화음’이 나면 나는대로 연주를 하거나, 또는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도록 연주자가 서로에게 맞춰가야 한다. 곡의 완성도는 ‘연주자’와 ‘연주자’의 관계에 달려있다.

16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베트남 순방 결과 설명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을 위해 국회를 방문해 회담장소인 사랑재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3자 회담에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그리고 비서실장들이 각각 배석했다.<br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30916
16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베트남 순방 결과 설명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을 위해 국회를 방문해 회담장소인 사랑재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3자 회담에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그리고 비서실장들이 각각 배석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30916
16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베트남 순방 결과 설명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을 위해 국회를 방문해 회담장소인 사랑재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3자 회담에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그리고 비서실장들이 각각 배석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30916 16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베트남 순방 결과 설명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을 위해 국회를 방문해 회담장소인 사랑재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3자 회담에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그리고 비서실장들이 각각 배석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30916

정희조 기자 /checho@heraldcorp.com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90분간 ‘3자 회담’은 대화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시종 평행선을 달렸다. 서로 할 말만 하다보니 냉기만 가득했다. 박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 모두 불협화음이 생겨도 “필사적으로 서로에게 맞출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추석을 앞둔 17일도 박 대통령은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고집하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비판했고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불통정치는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불협화음이 나면 나는 대로 그대로 간다”라는 태도다.

영화에서 파킨슨 병 초기 진단을 받은 피터는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을 연주하다가 마지막 7악장을 앞두고 음악을 멈춘다. 그리고 음악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고 다음 연주자를 소개한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 모두에게 묻고 싶다. ‘언젠가는 화음이 맞춰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잠시 서로가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쉼’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서로의 ‘불협화음’을 견뎌야만하는 당사자는 그토록 그들이 사랑한다는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