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홍승완 기자] 얼마전 독일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글로벌 언팩(Unpack)’ 행사를 다녀왔습니다.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3’와 함께 삼성전자의 야심작인 스마트와치 ‘갤럭시기어’가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자리였습니다.
시장의 지배자인 삼성이 내놓는 첫 스마트와치인 만큼 갤럭시기어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습니다. 제품을 볼 수 있는 체험부스에는 여느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습니다. IT마니아부터 현지 패션업체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갤럭시기어를 이리 만져보고 저리 만져보고 하면서 이른바 ‘웨어러블 컴퓨터‘의 미래를 점쳐보는 듯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직접 만져본 갤럭시기어는 나쁘지 않은 제품이었습니다. 작지만 선명한 화면을 터치해 스마트폰에 온 메시지나 메일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밴드에 달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스마트폰으로 보내는 일도 손쉬웠습니다. 첩보 영화속 주인공 처럼 시계 밴드 부분을 귀에 대고 통화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또렷하고 선명하게 통화가 가능했습니다. 제품의 색감이나디자인도 사진 보다는 훨씬 괜찮았고, 팔에 감기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깜짝 놀랄만한 것은 없었지만, 여러가지로 기대할 게 많은 제품이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갤럭시기어’에 대한 전세계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손목시계로 사진을 찍고 메일을 확인하고, 통화를 하는 것에 만족과 기대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놀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혹평도 적지 않습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기어의 후속작을 빨리 내놓을 것이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후자들의 목소리가 조금은 더 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스마트와치는 우리에게 ‘낯선 개념’은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많은 영화속에서 ‘특별한 시계’가 등장해왔습니다.
‘007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비범한 시계’를 차고 나옵니다. 1973년작인 ‘죽느냐 사느냐’에선 스마트한 롤렉스 시계가 등장합니다. 강한 자력으로 땅에 떨어진 열쇠나 숟가락 같은 쇠붙이를 끌어당기고, 베젤(테두리) 부분이 톱니바퀴처럼 되어서 밧줄을 자르는데 쓰이기도 합니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제임스 본드로 등장했던 ‘골든아이’에서는 스마트한 ‘오메가 시계’가 등장했었습니다. 시계에서 레이저가 나와서 철판을 자르기도 합니다. 생사를 넘나들며 작전을 수행하는 첩보원이 본부와 교신하고, 위치를 파악하고, 위기를 벗어나게 해주는 ‘비장의 무기’가 바로 손목시계 였습니다.
‘좀 더 스마트한’ 시계가 등장하는 영화들도 많습니다. ‘스파이더 맨’의 시계는 스파이더 맨의 모든 것입니다. 스파이더맨이 건물 사이를 붕붕 날아다닐 수 있게 해주는 거미줄이 발사되는 곳이 바로 손목시계 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시계는 아니고 ‘웹 슈터(거미줄 발사기)’입니다만 팔목에 차고 다니는 것이 마치 시계 같이 보이지요.
‘파워레인져’같은 히어로물에서는 아예 시계가 ‘변신의 도구’로 등장합니다. 청바지 차림의 주인공이 시계 버튼을 누르고 포즈를 취하면 눈 깜짝할 사이 형형색색의 초인 유니폼으로 ‘환복하는’ 장면은 많은 히어로물의 핵심 이기도 합니다. 그저 밧줄이나 자를 수 있는 제임스 본드의 시계에 비하면 주인공을 초인으로 변신시켜주는 파워레인저의 시계가 훨씬 더 ‘스마트’한 셈입니다.
갤럭시기어에 대한 호평과 악평의 간극도 딱 이정도가 아닐 가 싶습니다.
삼성은 꽤 괜찮은 제품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은 그보다 더 스마트한 것을 원하고 있는 듯 합니다. 삼성이 내놓은 것은 ‘007용 시계’인데, 스마트 산업의 빠른 진보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벌써부터 변신이 되거나 거미줄 정도는 발사되는 시계를 원하고 있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렇게 된데는 스마트기기 제조업체들의 탓도 조금은 있습니다. 모든 스마트폰 업체들이 ‘혁신’을 내세워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곧 열릴 것” 처럼 스스로를 과장하고 포장해왔으니까요. 1500자 짜리 제품 보도자료에 ‘혁신적’이란 단어가 12번 등장해 놀란 적도 있을 정도로 제조업체들은 혁신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아왔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빠르게 높아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갤럭시기어는 많이 팔릴 ‘가능성이 충분한’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의 기술력을 이용해 연동되는 스마트폰의 숫자를 늘리고, 밴드 부분의 디자인을 다양화하고, 사용가능한 앱의 숫자를 늘리면 공략할 만한 시장이 많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007처럼 ‘시계로 통화하는 것’을 꿈꿔온 성인들은 물론 여행자, 스포츠맨 등에게 스마트워치는 혁신적이진 않더라고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고 봅니다.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 처럼 정서적 유대감을 가진 집단을 결속케하는 기기로도 사용할 수 있겠지요.
애플도 조만간 스마트와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의 양대거인이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이면서 스마트와치의 진보와 혁신도 그만큼 빨라지리라 기대합니다. 스마트와치가 소비자들의 높아진 기대감을 뛰어넘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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