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75, 150, 225, ( ). 괄호 안에 들어갈 숫자는 무엇일까요? 75씩 더한다는 규칙을 발견하면 금세 300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숫자 퀴즈 같지만 각 숫자 뒤에 네트워크 속도를 가리키는 Mbps(초당 전송되는 메가비트 기준 데이터양)를 붙이면 최근 통신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LTE 속도가 됩니다. 75Mbps, 150Mbps, 225Mbps, 300Mbps 이런 식입니다. 숫자가 커지니 당연히 속도는 빨라집니다.

통신사들은 지금 속도 경쟁에 한창입니다. KT를 시작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순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대역LTE 서비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KT는 광대역LTE로 지금의 LTE 최고속도인 75Mbps를 150Mbps로 끌어올리기로 했습니다. 경쟁사에 비해 LTE-A 출발 시기가 느렸던 만큼 LTE-A와 동일한 속도를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겠다는 얘깁니다. 이 서비스의 또 다른 장점은 기존 LTE폰들도 속도가 최대 30%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러자 LTE-A만 선보였던 SK텔레콤이 연내 광대역 LTE를 하겠다고 밝히며 내년에는 이보다 50% 빠른 225Mbps의 서비스를 내년에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름도 ‘차세대 LTE-A’라고 붙였습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광대역 LTE를 선언한 LG유플러스는 한 발 더 나갔습니다. SK텔레콤이 하겠다는 225Mbps 속도의 서비스를 내년 7월에 하고, 2015년에 속도를 더 높인 300Mbps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이는 이름도 생소한 3밴드 멀티캐리어 서비스입니다.

우리나라에 LTE-A가 상용화된 지 3개월 만에 통신사가 높이겠다는 속도가 75Mbps→150Mbps→225Mbps→300Mbps로 4배나 불어난 거죠.

물론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분명 혜택입니다. 하지만 간담회 현장에서 세부적인 설명을 듣고 났을 때 아직은 장밋빛 로드맵에 그친다는 인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SK텔레콤은 차세대 LTE-A가 내년 4분기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간담회장에서 밝혔고, LG유플러스도 3밴드 멀티캐리어 서비스는 아직 개발된 기술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두 1, 2년이 지나봐야 어떻게 될지 분명해진다는 소리입니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경기 상황 속에 통신사들이 밝힌 청사진이 각본대로 진행된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제 막 물꼬를 트는 LTE-A나 광대역 LTE가 ‘2배 빠른 LTE’라지만 이를 체감하는 소비자들은 별로 없습니다. 통신사들 설명처럼 망을 촘촘히 까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통신사들은 속도 전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앞다퉈 ‘미래의 속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공약(公約)’인 셈입니다.

요즘 통신사들 속도 경쟁을 관전하는 소비자들은 심드렁합니다. 오히려 속도가 빨라지면 요금이 오르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반응들도 제법 나옵니다. LTE-A폰이 나오면서 스마트폰 출고가가 다시 오르는 것도 부담입니다. 그래서인지 지인들에게 LTE-A나 광대역 LTE에 대해 물어봤을 때 차라리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음성 및 데이터를 저렴하고, 여유롭게 사용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음성 통화 무제한이나 KT가 다음달 31일까지 한시적으로 데이터를 2배 제공하는 것, SK텔레콤이 뒤늦게 중저가 요금제 데이터를 무기한 늘려주는 것이 더 환영받는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이 통신사들에 바라는 모습은 속도만 올리는 폭주기관차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정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