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대중화 원조 조피디, 2년만에 미니앨범으로 컴백
상대 정신 못차리게 하는 ‘디스전’ 새로운 아티스트들 신선하지만 직접 동참할 생각은 전혀 없어
6곡 전곡 다양한 장르의 신곡 힙합도 한류진화 가능성 충분 제작자·가수활동 꾸준히 할 것
‘디스전’ 대란으로 힙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올가을, ‘원조’가 돌아온다. 1990년대 말 국내 힙합의 대중화를 최전방에서 이끌었던 조피디(조PD)가 오는 16일 미니 앨범 ‘인 스타덤 버전 3.0(In Stardom V 3.0)’을 발표하며 2년 만에 컴백한다. 이젠 대중에게 래퍼보다 제작자로 익숙해진 조피디이지만, 지난 1999년에 발표한 정규 1집 ‘인 스타덤’과 2집 ‘인 스타덤 버전 2.0’을 잇는 시리즈임을 암시하는 앨범 타이틀이 예사롭지 않다. 서울 이태원동 게코스가든에서 조피디를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피디는 “지난 2011년에 발매한 7집은 2004년 이후 7년 동안 만든 데모곡 등 작업물들을 대방출하는 성격의 앨범이었기 때문에 순수한 앨범으로서의 의미는 조금 퇴색된 감이 있었다”며 “이번 앨범은 사실상 2004년 5집 이후 8년 만의 스튜디오 앨범이자 온전히 신곡으로만 채워져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앨범엔 조피디의 첫 앨범부터 최근 앨범까지 수록된 곡들의 가사를 이력서처럼 나열한 랩이 인상적인 ‘인트로: 리줌(Intro: Resume)’을 시작으로 기존의 조피디 음악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록적인 사운드를 강조한 ‘달라진 건 없어’, R&B 스타일의 곡 ‘잇 워즈 어 베리 굿 이어(It was a very good year)’, 복고풍의 디스코 사운드로 조피디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는 이태원을 노래한 ‘메이드 인 이태원’, 조피디가 직접 노래를 부른 발라드 ‘이건 아니지 않나 싶어’, 통렬한 일침을 담은 ‘썩은 XXX 3’ 등 6곡이 수록돼 있다.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되, 산만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진보(Jinbo)ㆍ시모(Simo)ㆍ디즈(DEEZ)ㆍ제피(XEPY)ㆍ딥플로우(Deepflow) 등 다양한 뮤지션의 참여해 음악에 다채로움을 더했다.
앨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곡은 ‘썩은 XXX 3’이다. 특히 “아는 척해도 가본 놈만 아는 세계, 어디서 듣기만 한 놈이 떠드는 세계”와 같은 다소 과격한 랩은 ‘디스전’을 겨냥한 듯한 인상을 줘 눈길을 끈다.
조피디는 “ ‘썩은 XXX 3’는 ‘디스전’이 펼쳐지기 한참 전에 완성된 곡”이라며 “음악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래퍼들에 대한 포괄적인 비판을 담았을 뿐, 누군가를 특정해 꼬집은 곡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동참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새로운 아티스트를 접할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디스전’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그러나 내용의 깊이와 강도는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디스는 상대방이 일주일 이상은 정신 못 차리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지, 그 안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나름의 철학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조피디는 “힙합의 강점은 흡수력이기 때문에 한국의 힙합도 아이돌 중심 K-팝(Pop)의 노하우와 접목되는 형태로 진화한다면 새로운 한류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제작자로 활동하는 동시에 꾸준히 앨범을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