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직장인 A(29) 씨는 지난 2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아파트 단지 언덕길을 내려오다 100m 앞에 한 50대 남성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남성은 인도에 누운 채 두 다리가 도로변에 반쯤 걸쳐져 있었다. 차량들이 이 남성 옆으로 계속 오갔고, 차량 운전자가 자칫 이 남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덮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길을 지나던 시민 10여명이 이 남성을 봤지만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모두들 고개를 돌리고 갈 길을 갔다.
A 씨는 급히 이 남성에게 뛰어가 숨쉬는 것을 확인한 뒤 112에 신고를 했다. 다행히 이 남성은 경찰이 온 뒤 정신을 차렸고 다친 곳 없이 가족에게 인계됐다.
A 씨는 “쓰러진 남성이 차에 치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많은 시민들이 본 체 만 체 지나치는 것을 보고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에 따르면 최근 길에 쓰러진 사람을 봐도 112나 119에 신고하지 않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다. 3일 새벽에는 방송인 홍석천 씨가 큰 길가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해 인근 지구대에 뛰어가 알린 일이 있었다.
경찰은 이날 경찰청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많은 사람이 지나는 길거리였지만 선뜻 신고하는 사람은 홍석천 씨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경찰서의 한 경찰은 “요즘 길가에 쓰러진 사람이 차에 치이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면서 “길에 쓰러진 사람을 봐도 도와주는 시민이 없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Good Samaritan Lawㆍ착사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위험에 빠지지 않는 상황인데도 구조하지 않는 것을 처벌하는 법이다. 자신이 위험에 빠지지 않는 상황인데도 구조하지 않는 경우 즉, 구조 불이행한 경우 프랑스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프랑의 벌금형을 내린다. 동구권 국가인 폴란드도 3년 이하의 금고나 징역형에 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형법에는 아직 착사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이 법의 취지를 담아 2008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위급한 상황의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하다 과실로 인해 환자를 사망케 했거나 손해를 입힌 경우 민ㆍ형사상 책임을 감면 또는 면제하도록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