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자영 기자]투자머니가 유럽시장에 쏠리고 있다. 독일, 노르웨이 등 주요국 증시가 고가권에 도달했고, 남유럽 국채 수익률은 부채위기 이전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조치가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유럽쏠림 현상이 강해지는 추세다. 미국 경기 불안감과 신흥국 위험을 회피하려는 자금이 일단 유럽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조사회사 EPFR의 최신자료를 인용해 투자신탁이 돈이 유럽시장에 17주째 순유입돼 2000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29일(현지시간) 유럽시장에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주가지수가 1%나 상승했다. 독일의 DAX지수는 25일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9000선을 돌파했고, 노르웨이 OBX지수도 이달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프랑스 CAC40 지수 역시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최고권에서 횡보하고 있다.

증권시장 뿐 아니라 채권시장에도 돈이 들어오고 있다. 한 때 부도위험에 가까운 금리인 7% 전후였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4%대로 떨어지면서,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도 최고 5~6%p에서 2%p대로 좁혀졌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유럽에서 신규 발행된 정크본드(투자부적격등급 채권)는 600억달러로 지난해 발행된 양의 2배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유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2년내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1유로당 1.38달러대 최고권에서 거래되고 있다.

투자머니가 유럽시장을 향한 것은 미국의 테이퍼링 연기 가능성이 가장 큰 계기가 됐다. 미국 재정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과 고용 등 경제지표 부진으로 양적완화 축소는 내년 봄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유럽의 심각한 채무위기 영향이 완화돼 글로벌 자금이 유럽으로 회귀한 측면도 있다. 주식시장에서 은행주의 상승이 눈에 띄는데, 금융 불안 노출 우려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3개월 간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주가는 30 ~40%나 상승한 것이 대표적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인 존 빌톤 “유럽 주식은 여전히​​ 저평가된 감이 있다”며 “미국과 일본, 신흥국에 비해 사기 쉽다”고 말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가 가져올 유동성 수축 불안감은 해소됐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유럽으로 흐르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기와 고용 회복은 아직 미약하고,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 유럽이 그 틈새를 메꾸며 글로벌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no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