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2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법 국정감사장은 감사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야당 의원들은 황 법원장이 감사원장으로 내정된 것이 사법부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현직 법관을 감사원장으로 내정하게 되면 법관들이 향후 대통령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감사원장은 그동안 대법관이나 장관 출신이 맡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서기석 전 원장이 헌법재판관으로 자리를 옮긴 지 6개월 만에 다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 공석이 되게 된다”며 “현재 광주고법, 대전고법, 서울가정법원 등이 법원장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법원장 공백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날 피감기관은 서울·경기·강원 지역에 소재한 12곳 법원이었지만 야당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문 공세는 황 법원장 1인에 집중됐다. 핵심은 사상 유례없는 현직 법원장의 감사원장행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에는 현재 공직선거법 등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김용판’의 재판이 진행중이고, 오는 30일에는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남긴 ‘공소장 변경’ 여부가 결정된다. 민감한 시기에 그것도 비슷한 전례가 없는 현직 법원장의 감사원장 행에 야당측이 거칠게 반발하는 이유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금도를 어겼다. 일선 사단장, 그것도 가장 큰 지방법원의 사단장이 대통령에게 낙점 받아 가는 대통령 직속기관(감사원)의 인사가 법관들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황 법원장이 감사원장에 임명되기 전까지는 서울중앙지법원장 직을 계속 유지한다는 점도 야당측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의 입김이 사법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셈이다. 윤석열 파동으로 검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에 이어 재판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판사가 감사원으로 자리를 옮긴 경우는 과거에도 여러차례 있었다. 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경우 부장판사로 재직하다 감사원의 위원으로 옮겨갔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총재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김황식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 ‘대법관→감사원장’으로 이동했다.

새누리당은 현직 판사가 감사원으로 옮겨간 사례가 있고, ‘걸어다니는 법원’으로 불리는 개별 판사들의 선고까지 예단해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야당의 지나친 정체공세라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원세훈ㆍ김용판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는 데 대해 검증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황 법원장의 감사원장직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게되는 인사청문회는 오는 11월 2째주께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