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문화의 전성기 1913년을 복원하다

[북데일리] ‘1913년 2월, 아돌프 히틀러는 남성쉼터 방에서 감동적인 슈테판 대성당 수채화들을 그린다. 하인리히 만은 동생 토마스 만의 집에서 마흔두번째 생일 파티를 한다. 릴케는 계속 괴로워하고, 카프카는 계속 주저하고 있다.‘

<1913년 세기의 여름>(문학동네. 2013)은 참 독특한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3년 한해를 열 두 달로 나눈 뒤, 매 달마다 당시에 일어난 여러 이야기들을 모았다. 재미있는 구성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남는다. 왜 1913년이어야 하는가.

1913년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문화적 사건들, 성취들로 가득한 해였다. 문학에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3대 고전으로 꼽히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탄생했다.

미술에서는 뉴욕에서 ‘아머리 쇼’가 현대미술의 빅뱅을 일으킨 가운데 베를린에서 12개국 90명의 화가들의 작품이 모인 ‘제1회 독일 가을 살롱전’이 열렸다. 음악에서는 무조(無調) 음악의 창시자 쇤베르크가 전위적인 음악회 덕분에 공개적으로 따귀를 얻어맞았고,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초연되었다. 패션에서는 코코 샤넬의 작은 모자가게가 번창했고 프라다의 첫 매장이 문을 열었다.

당시 유럽은 문화 영역에서 독특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문학, 미술, 음악, 건축, 사진, 연극, 영화, 패션 등에서 예술가들은 사회적, 정신적 위기를 견디고 극복하며 모더니즘을 찬란하게 꽃피웠다. 왜 1913년인가에 대한 답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300명이 넘는다. 그 이름이 찬란하다.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그문트 프로이트, 카를 구스타프 융, 파블로 피카소,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프란츠 마르크, 마르셀 뒤샹, 카지미르 말레비치, 아르놀트 쇤베르크, 아돌프 로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코코 샤넬...

저자 플로리안 일리스는 1913년 당시 현대 유럽의 지성사와 문화사에 잊을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이 인물들의 행적을 역사적 배경까지 고려하여 치밀하고 정교하게 복원한다. 그는 3년에 걸쳐 전기, 자서전, 편지, 일기, 사진, 신문 등 수많은 인물들의 방대한 관련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재구성하여 1913년 유럽의 한 해 풍경을 드라마틱하게 되살려낸 것이다.

책은 빈, 베를린, 파리, 모스크바 등 전 유럽을 종횡무진하며 1913년이라는 역사 무대를 뛰어난 상상력과 구성력으로 재현해냈다. 옮긴이의 말이 과장이 아니다.

“이 책은 서로 무관한 에피소드들의 몽타주이자, 일기, 편지, 사진, 그림, 소설, 시, 신문, 잡지 등이 마치 질감이 다른 물질들처럼 붙어 있으면서 다양한 시점들을 보여주는 입체주의적인 콜라주다.”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