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갖은 노력 끝에 원전 부품 국산화에 성공한 중소기업이 자신을 제치고 ‘원전 비리’ 업체와 납품 계약을 체결한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 윤종구)는 24일 대전에 위치한 중소기업인 ㈜한국원자력기술이 “합의를 어기고 타 업체와 계약해 피해를 입었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국원자력기술은 2006년 한수원과 협력연구개발협약을 맺고 피동형수소재결합기(PAR)를 개발했다. 수소재결합기는 원전에서 냉각수가 유출돼 원자로 내부 온도가 상승해 수소 폭발이 우려될 경우 수소를 제거해 폭발을 방지하는 장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당시 원전 내부에 가득찬 수소가 폭발해 지붕까지 날아간 뒤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장치다.

한국원자력기술은 2008년 해당 제품 개발에 성공한 이후 개발선정품 지정을 신청했고, 한수원 역시 이듬해 내부 공급자관리절차에 따라 한국원자력기술의 제품을 3년간 수의계약에 따라 우선구매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2년 뒤 한수원이 갑작스레 해당 부품 구매를 경쟁 입찰에 붙이기로 함에 따라 합의는 깨지고 말았다. 형식은 경쟁입찰이었지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한이 촉박하게 잡혀 실제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한국원자력기술과 원전 부품 실적이 전혀 없는 가스기기업체 세라컴 뿐이었다.

한국원자력기술은 “세라컴은 원전부품 공급업체 등록 승인이 입찰 마감 하루 전에 긴급히 이뤄졌다”며 “한수원이 세라컴과 유착해 계약을 넘겨준 정황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세라컴이 납품한 수소재결합기는 내진 성능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갖춘 것처럼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이었고, 원전에 세라컴의 수소재결합기가 장착됐다는 사실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한국원자력기술은 “한수원이 세라컴과 유착해 계약을 넘겨줘 피해를 입었다”며 7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패소했다.

재판부는 “한수원이 한국원자력기술과의 협의 과정에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협의를 함에 있어서 구체적인 부품 수량이나 가격 등에 대한 의무와 협의가 없었다”며 계약자유의 원칙과 경쟁입찰의 우선 원칙을 들어 한수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국원자력기술 측은 “한수원이 관련 규정을 모두 어겨가며 세라컴에 계약을 몰아주었다”며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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