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며칠만 더 일하면 쉴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 주를 내달려 바라던 휴일을 맞아도 상사의 전화 한 통화면 어쩔 수 없이 직장으로 불려나가야 하는 것이 한국 노동자들이다. 근로계약서 상 명시돼 있는 한 시간의 점심시간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화장실에 다녀오는 새 ‘자리를 비웠다'며 급여 삭감을 당하는 일도 감수해야 한다. “당신말고 일할 사람 많다”라는 한마디는 살점을 뜯기는 채찍보다 더 한 위력으로 노동자들을 바짝 엎드리게 만든다. ‘눈밖에 날까’, ‘자리를 뺏길까’ , ‘조금만 더 버티자’며 견뎌내는 노동자들. 다음은 민주노총과 그 산하 기관 등을 통해 알아본 그들의 실태다. 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쉴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휴일 등산길에 올랐다, 등산복 차림으로 불려가는 마트 직원들=대형마트에서 매장정리를 하는 김성호(36ㆍ가명) 씨는 최근 등산복 차림으로 마트에 출근을 해야 했다. 휴일을 맞아 등산길에 오른 김 씨는 산행에 접어들 무렵 회사에서 “급하니 빨리 나오라”라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어렵다고 버텨 볼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이 돌아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알았다”고 대답한뒤 곧장 마트로 향했다. 비단 휴일 때 불려가는 일 뿐 아니라, 법적으로 제공된 쉬는 시간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점심시간 한 시간이나마 제대로 쉬고 싶지만 관리자들은 이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업무지시는 점심시간을 비켜가지 않으며, 이를 제대로 해내려면 점심시간 일부를 덜어내야한다. 식사시간을 줄이고, 10분이라도 쪽잠을 자려 휴게실에 누워 있을 량이면 관리자들은 “누워서 쉬면 고객 대응에 늦다”라는 말을 기어이 내뱉는다. 밥을 먹다가도 물건을 찾는 고객이 나타날 경우 숟가락을 놓고 뛰쳐 나가야 한다. 매일 2~3시간의 연장근무시간은 기본이지만 급여명세서에 찍히는 시간외근무수당은 0원이다.

며칠만 더 일하면 쉴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 주를 내달려 바라던 휴일을 맞아도 상사의 전화 한 통화면 어쩔 수 없이 직장으로 불려나가야 하는 것이 한국 노동자들이다.
며칠만 더 일하면 쉴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 주를 내달려 바라던 휴일을 맞아도 상사의 전화 한 통화면 어쩔 수 없이 직장으로 불려나가야 하는 것이 한국 노동자들이다.

▶화장실 가면 급여 깎이는 콜센터 직원들=다산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미영(41ㆍ가명ㆍ여) 씨. 이 씨는 하루 8시간의 업무 시간 중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급여에 영향을 주는 등급이 이석시간(자리를 비우는 시간)에 따라 매겨지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퇴근 시간이 될 때까지 화장실을 가야 하는 상황이 한번은 꼭 오지만, 그냥 참고 만다. ‘한 3~4시간 참는다고 설마 죽기 까지 하겠냐’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은 이제는 생활이 됐다. 8시간 업무도 초과되기 십상이다. 하루가 멀다하게 바뀌는 상호들, 새로 생기는 건물들의 데이터베이스 정리 역시 상담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쉴 수 없는 구조라면, 업무환경이라도 좋아야 할 터. 이 역시도 기대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걸핏하면 쏟아지는 폭언, 성희롱, 막말을 고스란히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을 통해 공개된 다산콜센터 상담원 1041명 중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무스트레스와 정신·심리검사 결과에 따르면 고객으로부터 욕설, 폭언을 당했다고 응답한 직원은 415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82.3%에 달했고, 인격모욕을 당했다고 응답한 직원도 358명으로 71%에 달했다. 심지어 고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한 직원이 20%(101명), 업무와 관련해 신체적 폭력을 당했거나 당할 뻔했다고 응답한 직원이 1.2%(6명)에 이르렀다. 과한 업무량에 업무를 포기하고,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지만 충원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태라 업무는 점점 늘어나기만 한다.

며칠만 더 일하면 쉴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 주를 내달려 바라던 휴일을 맞아도 상사의 전화 한 통화면 어쩔 수 없이 직장으로 불려나가야 하는 것이 한국 노동자들이다.
며칠만 더 일하면 쉴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 주를 내달려 바라던 휴일을 맞아도 상사의 전화 한 통화면 어쩔 수 없이 직장으로 불려나가야 하는 것이 한국 노동자들이다.

▶서서 밥먹고, 손님 올까봐 화장실도 못가는 편의점 알바들=아르바이트생의 경우 쉴 권리를 보장 받기는 더욱 힘들다. 서울시가 지난 1월 내놓은 ‘취약계층 근로실태 현장조사’를 보면, 식사 시간을 포함해 자유롭게 쉴수 있는 ‘휴게시간’을 주는 업체는 편의점 등 1789개 업소 중 60.3%에 불과했다. 35.8%가 휴게 시간 자체가 아예 없었다. 특히 편의점알바의 경우는 최저임금을 위반한 경우가 많았다. 일을 더해도 초과수당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조사대상 556곳의 편의점 중, 200곳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시급을 줬다.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편의점은 절반에 가까운 236곳에 달했다. 알바연대 관계자는 “청소년, 대학생들이 대부분인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서서 먹는 경우가 많으며, 따로 휴게시간 등이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아르바이트생들의 교체시간을 겹치게 하는 식의 충분한 방법이 있음에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법 상으로는 4시간을 일하면 30분의 휴게시간을 가지게 돼 있으며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점심시간 1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대체하고 있다. 생리적인 필요에 의해 화장실 등을 가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 받는다. 또 하루 8시간 씩 총 40시간의 근로시간을 권장하고 있으며, 연장근로를 할 경우에도 주당 총 52시간을 넘으면 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