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0> 감추어진 승부 (64)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눈 먼 사랑 증후군’은 고비사막 어귀에 국한되어 발병되지만은 않는 모양이었다. 그 전염 속도가 빛의 속도만큼 빠른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알 수 없는 다른 차원의 형태로 번져나가는 것일까?
하지만 그 병의 상호관계만은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쩌다 마주친 여자, 단 그 여자의 정체는 젊고, 아름다우며 섹시한 여자일 것. 이것이 바로 병의 원인이었고 그 병에 걸린 사람은 어김없이 타지를 떠도는 늙은 남자였다.
증명컨대, 한 대에 수백억 원이나 하는 클래식 카를 몰며 폼 잡던 노신사가 그 병에 걸리기만 하면 만사 젖히고 강유리의 뒤를 쫓으며 사랑을 구걸하게 되질 않던가. ‘움라우트 패튼’이 그 대표주자 아니었던가.
나시 족의 성지인 동파만신원에서 엉덩이를 홀랑 드러내고 늘어지도록 치도곤을 맞은 강준호도 따지고 보면 ‘눈 먼 사랑 증후군’에 감염된 환자였다. 해발 수천 미터에 이르는 옥룡설산까지 여행을 떠나왔으니 여독이나 풀어보자는 의미로 여사여사해서 만난 젊은 처녀였지만, 웬일인지 그녀만 보면 가슴이 살살 녹아내리곤 했던 것이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이를테면 이렇게 호통 치면서 나시 족 청년들이 그의 볼기를 사정없이 내리쳤을 때, 강준호는 분명 이렇게 외쳤었다.
“어이구, 신 여사! 나 좀 살려 주!”
그러나 나시 족 청년들이 돌아간 뒤, 그를 불쌍히 여긴 나시 족 처녀가 볼기 맞은 자리를 수습하러 왔을 때 강준호는 은근히 그 처녀의 손목을 잡아끌지 않았던가? 터지고 헤졌으니 엉덩이가 오지게 아프고 뜨거웠을 테지만 강준호는 기필코 나시 족 처녀를 품에 끌어안고 다시 한 번 용맹정진, 상열지사를 벌이기로 작정했다. 그러니 이 증세를 ‘눈 먼 사랑 증후군’으로 진단하는 데에 이의가 없을 터.
“그래도 네가 약속을 지켜주니 기쁘기 한량없다.”
이렇게 중얼대면서도 강준호의 손은 어느새 그녀의 젖가슴을 이리저리 애무하고 있었다. 사랑보다 한 수 높은 감정이 연민이라고 했던가? 나시 족 처녀는 치도곤을 맞으며 비명을 지르던 통에 눈물과 침, 콧물로 범벅이 된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순순히 그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처럼 양순하게 굴었으면 얼마나 좋으냐?”
“으흥, 으흥 #$%^&#$%^”
“그래, 그래. 좋다는 뜻이지?”
“아흥, 아흥 #$^&$%”
강준호가 옷을 벗겨내는 동안 그녀는 알아들을 수 없는 콧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그는 마음이 오지게 바빴다. 놓친 토끼를 다시금 사로잡았지만, 자칫 머뭇거리다간 또다시 나시 족 청년들에게 들켜 경을 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으므로.
“자, 자, 간다!”
어둠에 휩싸인 동파만신원 신로 위에서, 그 단단한 맨땅 위에서… 그는 아무런 사전 조율도 없이 지겟작대기부터 들이대기 시작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화류계의 거장이었지만 마음이 급하니 별 재간을 부릴 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아앗!”
고통으로 인한 비명소리는 동서에 다름이 없는 것일까? 급하게 서두른 탓인지 나시 족 처녀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채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웬걸, 하필이면 열 개의 손톱으로 그의 엉덩이를 할퀴며 움켜쥐었는데…
너무 뜨겁게 사랑을 나누다보면 남자의 등에 오선지를 긋는 여인이 있다지만… 엉덩이를 부여잡는 여자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지게도 아픈 그 엉덩이를 할퀴다니!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