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재해석한 러시아 영화…부산국제영화제 화제의 작품 ‘유다’

어디를 향해 가느냐고 묻는다 제자들은 스승만이 길을 안다고 말한다 유다는 그들의 맹목적 믿음을 비판한다 그리고 결국… 예수를 빌라도에 고발한다 그것만이 예수의 신성을 증명하는 길이었기에

[부산=이형석 기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 중 기독교를 소재로 한 영화로 눈에 띄는 것은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초청된 이장호 감독의 ‘시선’과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사이비’, 그리고 비아시아권 신인 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플래시 포워드’ 섹션의 러시아 영화 ‘유다’(감독 안드레이 보가티레프)가 있다. 이들 3편은 기독교를 소재로 하지만 서로 뚜렷이 다른 시선과 이야기를 보여준다.

‘별들의 고향’ ‘바보선언’으로 유명한 한국 영화의 거장 이장호 감독이 무려 18년 만에 내놓은 장편 ‘시선’은 동남아 선교활동 중 현지 이슬람 반군에게 사로잡힌 한국 기독교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사선에서 선 기독교인을 통해 과연 죽음으로써 ‘신과의 약속’을 지킬 것인가, 신념을 버리는 대가로 육신의 생명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기독교에 귀의해 근원적 질문에 이른 거장 감독의 성찰을 보여준다. 반면 ‘사이비’는 한국 기독교계에 대한 젊은 감독의 날선 비판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기적을 빙자해 사람들을 현혹하는 동네의 신흥 교회와 여기에 빠져든 모녀, 이로 인해 목사와 대결하는 폭군 남편이자 아버지인 남자 등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처음으로 부산에서 공개되는 러시아 영화 ‘유다’는 성서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예수와 열두 제자의 이야기, 예수와 죽음 및 부활을 가롯 유다의 시점으로 재구성한다. 예수를 배신한 적대적 존재로서 유다를 묘사해 온 전통적인 성서관과는 전혀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유다는 이곳저곳을 떠돌며 좀도둑질로 연명하는 부랑아다. 그는 우연히 예수가 그의 제자와 함께 사람들에게 설교를 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그들을 몰래 따라가서 모두 잠든 사이 돈을 훔치려다 발각된다. 그러나 예수는 그를 용서한다. 유다는 “나는 돈을 훔쳤는데, 왜 용서하는 것이냐. 이해될 때까지 당신을 따라다니겠다”며 예수의 뒤를 쫓게 되고, 그런 그에게 예수는 일행의 돈을 관리하는 회계까지 맡긴다.

이 영화에서 유다는 인간이 본디 선함을 믿지 않는 ‘회의론자’이자 의심과 논쟁을 통해 진리에 이르고자 하는 비판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유다는 자신에 앞서 예수를 따른 제자에게 “당신들은 어디를 향해 가느냐”고 묻는다. 제자들은 “스승(예수)만이 길을 알고 계신다”고 말한다. 유다는 제자들의 맹목적인 믿음을 비판한다. 가는 곳마다 사기꾼으로 몰리고 돌을 맞고 핍박을 받는 예수를 보며서도 침묵하고 방관하는 제자들과 지지자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 말로만 예수를 따를 뿐 그의 뜻을 알지도 못하고, 그를 지켜주지도 못하는 위선적이고 비겁하며 몽매한 자들이라는 것이다. 제자들과의 갈등 속에 번민과 회의를 계속하던 유다는 마침내 예수를 빌라도에게 고발하는 것만이 예수의 신성을 증명하고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을 다하는 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과연, 유다는 신이 예비한 계획의 일부일까, 예수를 핍박하기 위한 사탄의 도구에 불과할까. 영화 ‘유다’에서 유다는 열두 제자 중 ‘질문’을 던지는 유일한 인물이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시험에 내맡기며 고난을 자처하는 자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감독의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부산의 발견’이다. 모스크바영화제 초청작이자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 관객상 부문 후보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