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성장을 구가했던 우리 기업들은 이제 디자인을 또다른 무기로 삼아 초일류로 나아가고 있다. 이성호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술이 아닌 디자인으로 산업생태계를 창출한 애플의 사례 이후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고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무엇보다 디자인에 ‘착함’을 가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진보의 방향과 속도는 고무적이다. 사람을 위한 디자인, 환경을 돌보는 디자인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DSR(Design’s Social Responsibility)’, 즉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 이라는 지향점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가고 있다.
▶환경 친화적 디자인=세계 최대 IT기업으로 우뚝선 삼성전자의 디자인은 ‘어떻게 더 아름다운 미래를 구현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그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 지난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친환경 프린터 ‘오르가미(Origami)’다. ‘종이접기’ 라는 뜻을 가진 이 제품은 놀랍게도 종이로 만들어졌다. 토너만 제외하고 외형 부문에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 골판지를 채용했다. 수많은 종이를 소비하는 프린터 제품이 새로운 친환경 순환구조로 재탄생한 것이다. 물론 당장 상용화되는 것은 아니고 미래에 등장할 ‘콘셉트’ 제품이지만 삼성전자 디자인이 지향하는 친환경성을 여실히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현대자동차는 태양광을 활용한 친환경 사업장 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말까지 한국중부발전과 함께 아산공장 지붕에 10MW급 지붕 설치형 태양광 발전소를 건립한다. 기존 시설물의 지붕을 활용해 개발에 따른 자연훼손을 막을 수 있는 발전소를 통해 ‘에코 경영’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발전소가 완공되면 3200가구가 1년간 안정적으로 쓸수 있는 연간 1150만Wh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도 하이브리드나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미래차 개발에 디자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래코드(RE; CODE)’ 프로젝트를 통해 헌옷을 새옷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자연을 위한 순환을 만들고 낭비가 아닌 가치있는 소비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ㆍ사회와의 맞춤형 디자인=‘인간 존중 경영’이라는 LG전자의 경영 이념은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통해 구현된다.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LG G2’가 대표적이다.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닮은 스마트폰’을 기치로 한 이 제품은 제품 앞면과 테두리에 있던 전원 및 볼륨 버튼을 후면 뒷부분으로 옮기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스마트폰을 안정적으로 쥐기 위해 검지로 제품 뒤를 바치는 소비자의 행동에 착안한 것이다. 친절한 디자인의 대표적 예다.
국내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중공업이지만 디자인은 섬세하다. 사용자의 편의와 제품 생산성 향성을 위한 디자인 연구에 힘써왔다. 현대중공업업의 ‘9시리즈’ 지게차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독일 IF디자인어워드, 레드닷디자인어워드 등을 두루 수상한 이유이기도 하다,
S-OIL은 최근 ‘구도일(Goodoil)’이라는 캐릭터로 상종가를 올리고 있다. 기름 방울을 형상화한 동그랗고 귀여운 외모에 밝게 웃는 얼굴을 강조했다. 보거나 만져서 실체를 알기 어려운 기름도 소비자가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국타이어도 고객에게 새로운 감성과 신뢰를 제공하기 위해 체계적인 조사와 선행연구를 거쳐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은 물론 디자인 측면에서도 최상의 등급의 명성을 구축하고 있다.
디자인을 통한 사회와의 교감도 눈길을 끈다.
제일모직은 ‘디자인 포 하트(Design for heart)’라는 모토 아래 디자인 인재 육성 등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전국 보육 시설을 리디자인해 주는 ‘IT발전소’ 건립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하이스코는 지난 2011년 부터 매년 국내외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글로벌 착한기술&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저개발국가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착하고 친절하고, 나아가 책임감으로 무장한 디자인은 기업경영에 활력을 주면서 미래 경영의 열쇠로 부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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