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사람 목숨을 구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는 게 얼마나 큰 보람인지, 이제는 세 딸도 소방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네요.”

9년째 서울 광진소방서에서 의용소방대원으로 봉사하고 있는 이인숙(48) 씨는 9일 ‘소방의 날’을 앞두고 “올해 수능을 치른 첫째 딸이 소방대원 되는 꿈을 꼭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씨의 첫째 딸 안수민(19) 양은 진로를 고민하던 중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며 가천대 소방방재학과에 수시모집 원서를 낸 상태다.

이 씨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며 세 딸을 키우면서도 의용소방대원으로 봉사하고 있는 열혈 주부다. 의용소방대원이란 소방서의 업무를 돕기 위해 그 지역 주민이 자진해 구성한 비상근 소방대를 말한다. 이 씨가 이 활동을 하기 시작한 데는 시어머니와 쌍둥이 두 딸의 영향이 컸다.

이 씨의 시어머니 이화용(73) 씨는 의용소방대원제도가 생겨난 초창기부터 30여년 넘게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늘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서는 삶을 살았다.

이 씨는 “큰 딸 수민이를 낳고 이어 쌍둥이 딸 수연ㆍ수진이를 낳으면서 저도 언젠가는 시어머니의 뒤를 이어 의용소방대원으로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용소방대원으로 봉사 중인 이인숙(왼쪽) 씨가 아이들과 함께 나온 이웃 주민에게 심폐소생 체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용소방대원으로 봉사 중인 이인숙(왼쪽) 씨가 아이들과 함께 나온 이웃 주민에게 심폐소생 체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 씨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대학병원을 드나든 경험이 있어 도움이 절실한 이웃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는 “쌍둥이 중 둘째인 수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돼 심장에 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다행히 수진이는 건강히 자랐지만 지금도 보호자가 없는 곳에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일 때가 많다”고 옛 일을 떠올렸다.

이 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심폐소생술 같은 응급조치 요령을 가르쳤고, 우면산 붕괴 같은 지역의 큰 사고현장에도 세 딸과 함께 봉사활동을 다녔다”면서 “내 딸이 언제 어디서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우리 가족의 봉사활동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씨는 광진소방서의 도움을 받아 올 4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성동구 뚝섬에서 심폐소생술 교육 등을 알려주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또 다른 소망을 갖게 됐다.

“죽음을 가깝게 느끼는 어르신들은 오히려 응급조치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대하지만, 아직도 젊은 층에서는 이런 교육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쌍둥이 두 딸도 소방공무원이 되고 싶어하는 만큼, 가족 모두가 소방대원으로 봉사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