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 록밴드‘디아블로’20주년 자축공연
하루에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싱글과 앨범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 속에서, 대중음악만을 업으로 20년 이상 활동해 온 아티스트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천연기념물에 가깝다. 지난 1993년 데뷔한 밴드 디아블로(Diablo)는 대중음악에서 소외된 장르인 록, 그중에서도 변방인 헤비메탈을 20년 동안 고집해 온 희귀종이다. 이만하면 존재 자체만으로도 팬들 입장에선 고마울 만도 한데, 디아블로는 결성 20주년 기념 앨범 발매와 공연이라는 성대한 자축과 함께 새로운 20년을 약속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 2일 오후 7시 서울 서교동 브이홀에서 디아블로 결성 20주년 기념 공연〈사진〉이 열렸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중년 남성 팬부터 젊은 여성 팬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은 디아블로의 20년 역사의 살아있는 증거였다. 디아블로는 2시간30분 동안 자신의 역사를 쏟아냈다. 관객들은 객석 중앙에 거대한 원형 공간을 만들어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며 음악에 열광했다.
디아블로는 지난 7월 레드불 록밴드 오디션 ‘라이브 온 더 로드(Live on the Road)’에서 쟁쟁한 밴드들을 제치고 우승한 데 이어 헤비메탈 밴드와 음악을 테마로 기획된 게임 ‘미스터 브레이커’의 기획과 제작 전반에 참여하는 등 활동의 외연을 넓혔다. 디아블로는 건재함의 비결이 세월에 늘어지지 않는 열정이란 사실을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20주년 공연답게 게스트 무대 역시 볼거리였다. 첫 번째 게스트였던 후배 밴드 로맨틱펀치(Romantic Punch)는 특유의 화려한 무대 매너로 객석을 장악했다. 두 번째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한국 메탈계의 거목이자 선배 밴드인 나티(Naty)는 육중한 기타 리프로 관객들을 몰아붙였다. 세 번째 게스트로 지난달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에서 애국가를 열창해 화제를 모았던 차지연이 무대에 올라 디아블로와 강렬한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펼쳤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