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당선…4년만에 재집권

보수우파에 압도적 표차로 당선 아르헨 · 브라질이어 女대통령

남미 대륙에서 또 한 명의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미첼 바첼레트(62ㆍ여)가 칠레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60ㆍ여) 아르헨티나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66ㆍ여) 브라질 대통령과 함께 남미 대륙에서 여성의 시대, 중도좌파의 시대를 이끌 전망이다.

▶남성들의 땅에서 4년 만에 다시 선 바첼레트=AP통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열린 칠레 대선 결선 투표에서 바첼레트는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지난 2006년 남미 최초로 직선 여성 대통령에 올라 2010년까지 역임한 뒤 4년 만의 재집권이다.

1차 집권 당시 바첼레트는 각료 20명을 남성 10명, 여성 10명으로 구성한 ‘남녀동수 내각’을 출범하고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 독재 정권의 인권 탄압을 은폐한 고위층을 해임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피노체트 군사정권의 피해자기도 했다. 바첼레트의 아버지는 피노체트가 쿠데타로 밀어낸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 편에 섰다가 옥사했다. 바첼레트도 체포돼 고문을 당하고 망명을 떠나야 했다.

집권 동안 바첼레트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안정정직 경제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 받아 민주주의 회복 이후 가장 인기가 높은 대통령이 됐다. 2010년 3월 퇴임할 때 바첼레트의 지지율은 80%를 넘어섰다.

의사이자 아동ㆍ공공보건 분야 전문가인 바첼레트는 1983년부터 ‘국가비상사태에 의한 피해아동보호단(PIDEE)’에서 활동했고, 리카르도 라고스 전 대통령 정부(2000∼2006년)에서 보건장관을 거쳐 2002년에는 국방장관이 됐다. 남미에서 여성이 국방장관에 기용된 것은 바첼레트가 첫 사례였다.

국방장관 재임 당시 집중호우로 대규모 홍수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바첼레트가 탱크 위에 올라선 채 이재민 구호작업을 지휘하던 장면은 칠레 국민에게 오래도록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바첼레트의 어린 시절과 군사정권에서 겪은 어려움, 민주주의 회복 이후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자서전 ‘남성들의 땅에 선 바첼레트’(Bachelet en Tierra de Hombres)에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남미는 ‘중도좌파’의 시대=바첼레트는 이번 대선에서 중도좌파 연합 누에바 마요리아의 후보로 나와 보수우파 연합 알리안사의 에벨린 마테이를 큰 표차로 눌렀다.

칠레에서 피노체트 군사정권이 무너진 후 20년간 좌파가 집권하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대통령이 승리해 우파로 넘어갔던 정권이 다시 좌파로 넘어온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바첼레트는 중도좌파정당 연합체인 누에바 마요리아(Nueva Mayoria) 후보로 나섰다.

바첼레트가 2006년 대선에서 승리할 당시 기반은 사회당, 기독교민주당, 민주사회당, 급진당 등 4개 정당으로 이루어진 콘세르타시온(Concertacion)이었다. 콘세르타시온 외에 중도좌파 성향의 정치ㆍ사회 세력을 대거 참여시킨 누에바 마요리아의 결성은 바첼레트의 승리를 가져온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칠레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 주요국에서는 현재 중도좌파가 힘을 과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지난 2007년 중도좌파 연대 후보로 나와 대통령에 당선됐다.

브라질의 호세프 대통령도 중도좌파 인사다. 실용주의와 유연한 좌파를 표방하는 호세프 대통령은 내년 열릴 대선에서 재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밖에 우루과이,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 대다수의 남미 국가에서도 좌파가 정권을 잡고 있다. 우파가 집권한 나라는 콜롬비아와 파라과이 뿐이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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