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ㆍ서경원 기자] ‘아베노믹스’의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장기 침체를 딛고 디플레이션을 탈출하겠다고 선언한 아베 내각이 내놓은 무차별 양적 완화 정책은 오히려 속도를 더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103.11엔까지 치솟았다. 지난 5월 23일 이후 6개월만에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3엔대 선으로 하락한 것이다. 올해 시중의 본원통화량 목표를 200조엔으로 삼은 일본은행은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과 같은 기축통화국의 양적완화책, 그것도 극단적인 정책은 ‘근린’인 한국,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에 영향이 파급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일국의 통화정책에는 다른 국가의 견제가 뒤따른다. 미국과 같은 힘있는 나라는 설사 우방이라고 하더라도 그 나라의 통화정책이 자국의 이익을 저해하면 당장 제어에 나선다. 실제로 지난 1985년 미국은 플라자 합의를 통해 ‘어린아이 손목 비틀 듯’ 일본의 통화가치를 절상시켰다.

아베노믹스의 질주가 이어진다는 것은 미국이 제동을 걸지않는다는 뜻이다. 중국, 한국, 독일 등 수많은 국가가 일본의 양적완화를 ‘이웃 근린화 정책’이라고 비판하기에 대놓고 편을 들어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앞장서서 가로막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실 미국이 엔저 현상으로부터 얻는 이익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를 ‘용인’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미국이 처한 정치ㆍ외교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정치적으로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있어서 거의 유일한 우방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일본”이라며 “일본은 미국이 추진하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일본 경제가 세계 경제가 차지하는 위상도 커서 일본의 빠른 회복이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과거와 같은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은 이제서야 경쟁력을 차츰 회복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력수급이 좋지않아 에너지 자원의 대규모 수입도 불가피하다. 수출에 역점을 두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일본 시장이 살아나는 것이 이득이 될 수 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경제실장은 “오바마 정부는 미국 내수에만 기대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을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려 하고 있다”며 “TPP를 중시하는 것도 이같은 측면으로,일본의 시장이 좋아지는 것이 당분간 미국에 이득이 될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미ㆍ중간 대립각이 커진 정치적 상황도 더해졌다. 그 어느때보다 일본의 협조가 필요한 시기에 미국이 아베노믹스를 막아설 시기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엔 저가 지속되는 사이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2일 100엔당 1032.42원까지 떨어졌다. 2009년 3월 최고치던 1616원보다 600원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당분간 미국의 입장이 변화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의 ‘비판’을 아베 내각이 받아들일 가능성도 희박하다. 결국 양적완화는 계속된다는 얘기다. 한국으로서는 장기간의 ‘원고-엔저’국면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