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미국이냐, 러시아냐’. 북한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북한의 계속된 러브콜에도 미국의 강경한 대북정책은 변함이 없고, 이에 북한도 작심한 듯 미국과의 물밑 대화 내용을 공개하고 나섰다.
대신 북한은 러시아에 한 발 다가서는 모양새다. 김정은 북한 제1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결정에 이어 러시아가 북한과 합동 군사훈련을 펼친다고 발표했다. 신(新)냉전기라 불릴 만큼 미국과 러시아 간 거리가 멀어진 틈을 타 북한이 미ㆍ러 사이를 저울질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북한은 최근 연이어 미국에 대화 제안을 보냈지만, 사실상 거절당하고 있다. 소니 해킹 사건 이후 미국 행정부나 의회에서 연이어 강경발언이 쏟아지고 있고,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근 유튜브와의 인터뷰에서 금기어로 치부된 ‘붕괴’라는 표현까지 쓰며 북한을 언급했다.
북한도 발언 수위를 한층 높였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성(성김)이 아시아를 방문하는 기간 동안 우리와 만날 의향을 표시한 데 대해 평양에 오라고 초청까지 했지만 이를 외면했다”며 “마치 우리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대화와 접촉이 이뤄지지 못하는 듯 여론을 오도하며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최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제의했지만, 방중 기간 동안 북측과 접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북한이 대화 제안 사실을 공개하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 물밑 대화 시도까지 밝히는 건 외교관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또 “미국이 대통령까지 나서서 우리 제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공공연히 떠드는 판에 우리와의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언어도단”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글을 통해선 “붕괴시킬 것이라고 짖어 대는 미친개들과는 더는 마주 앉을 용의가 없다”며 자극적인 표현도 숨기지 않았다.
미국과 강경기류가 흐르는 사이 북한과 러시아와는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오는 5월 러시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로 한 데 이어 양국이 합동 군사훈련을 할 계획이라는 발표가 이어졌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지난달 30일 “북한, 베트남, 쿠바, 브라질 국방부와 대규모 군사 회담을 하고 총참모장 수준에서 접촉을 확대하며 이 나라의 육ㆍ해ㆍ공군이 참여하는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북한이 참여하는 군사훈련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러시아로 대표되는 두 군사훈련이 한반도에서 세력 다툼을 할 우려도 나온다. 3월 예정돼 있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맞대응하는 형식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합동훈련을 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한반도로 이어지는, 신(新)냉전 구조도 점쳐진다.
한편,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위원장이 비행사를 격려한 소식을 전하며 “원수들이 움쩍하기만 하면 단숨에 날아가 침략의 본거지들을 사정 보지 말고 불마당질해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