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지금까지 수집한 고객의 지문정보를 5년 내에 모두 지우라는 지도 공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 신용카드사, 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은 통장을 개설하거나 대출서류 등을 작성할 때 상법에 따라 본인 및 주소지 확인 차원에서 고객의 주민등록증의 앞면은 물론, 지문이 있는 뒷면까지 모두 복사해 보관해왔다.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는 상법에 따라 중요 거래 정보로 분류돼 10년치가 보관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권고 조치에 따라 이제는 주민등록증 뒷면을 복사하거나 스캔할 때 지문 정보를 가리고 해야 한다. 또 보관 중인 서류는 파기하고, 파기가 어렵다면 지문정보 부분에 구멍을 뚫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등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금융회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컴퓨터와 창고에 있는 10년치 서류에서 일일이 지문정보를 찾아 없애는 것은 너무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폐기 기한을 2019년까지 정하면서, 이 기간 내에 지문 정보를 모두 없애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같은 사달이 난 원인은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때문이다. 인권위는 최근 금융기관이나 이동통신사가 서비스 사용자들의 주민증 뒷면 지문정보를 수집하는 관행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 금융위원회와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관련 정보 폐기와 수집 금지를 권고한 바 있다.

사실 이번 금융회사에 대한 현장 지도는 금융회사의 잘못된 관행 때문이 아니라 개인정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취해진 조치다. 따라서 채근하듯 단기간에 처리해 금융사에 부담만 줄 것이 아니라 업계의 현실에 맞는 이행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진행한다면 금융사들도 개인정보 보호라는 정부 방침에 동의하면서 부작용 없이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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