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세계적인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손석희 JTBC 앵커와 만났다. 문장력 못지 않은 달변이 시청자를 사로잡았는데, 특히 ‘땅콩회항’을 언급한 작가의 한 마디에 시청자들의 각양각색 의견이 쏟아졌다.
지난 2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는 알랭 드 보통이 출연,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나눴다. 최근 출간한 ‘뉴스의 시대’를 토대로 언론의 역할과 뉴스의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으나, 단연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화두로 떠오른 ‘갑질 논란’의 대명사가 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을 언급한 부분이었다.
손 앵커는 ‘뉴스의 시대’ 둥 일부 내용을 소개, “당신은 햄릿과 보바리 부인을 예로 들면서 뉴스가 자칫 인간의 한쪽 측면만 부각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현실에서 햄릿은 ‘살인자’고 보바리 부인은 ‘아동학대자’로 볼 수가 있다. 반면 문학에서는 사람들이 그들을 ‘비극적’ 인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뉴스는 문학이 아니지 않냐”고 물었다.
알랭 드 보통은 “제가 뉴스에서 종종 서글픈 부분은, 즉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나눈다는 것”이라며 “‘이 사람은 정말 착하고, 저 사람은 정말 나빠’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땅콩 회항’ 사건, 마카다미아 사건을 예로 들어 보자고 했다. 알랭 드 보통은 “제가 읽은 서양 언론의 모든 기사들은 그녀를 우스꽝스러운 바보로 만들었다. 전부 다 그랬다. 저는 기사들을 읽고 그 여자를 ‘비극적’ 인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의 국민정서로 비춘다면 손 앵커의 이야기처럼 조현아 전 부사장은 문학에선 비극적 인물일지 몰라도 현실에선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슈퍼갑’일 뿐이다.
‘비극적 인물’이라는 표현에 손 앵커가 “그랬어요?”라고 되묻자 알랭 드 보통은 “그녀는 다시는 일을 하지 못할 것이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수치스럽게 보내며, 감옥에 갈 거다. 그녀 인생의 재앙이다”라며 “물론 그녀가 많은 부분에서 끔찍한 인물이었던 건 맞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이다. 문학을 하는 작가로서 보자면 선악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그녀의 또 다른 측면이 빠져있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소설과 에세이를 오가며 무수한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의 입장에서 ‘비극적 인물’이라는 표현에서 그의 부연설명은 많은 시청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게 했다.
몇 해 전부터 갑을 논란이 화두로 떠오르고, 대한민국 재벌가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국민정서를 거스르고 있는 상황이 시청자들의 의견에서 고스란히 비쳤다.
한 시청자는 “아마도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일을 다시 할 것이고, 인생을 떳떳하게 살 것이며, 감옥에는 갔지만 그곳에서도 여전히 수십억을 벌 것”이라고 씁쓸하게 적었다. 대다수의 시청자들 역시 “서양과 한국의 재벌은 큰 차이가 있는데, 그 악행의 비극은 대다수의 국민이 끌어안는다”며 봤다.
본질적인 현상에 접근한 의견도 나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게재된 JTBC 뉴스룸 클립영상에 한 네티즌(벤치)는 “조현아가 비극이라고 말하는 것은 에둘러서 우리나라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본다. 누구라도 조현아가 될 수 있는 지적, 물적 가치관이 팽배한 사횡양상을 지적한 것”이라며 “손가락을 서슴없이 들며, 서로를 원수삼는 풍조가 만연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 좁은 땅에서 숨쉴 수 없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아, 누구라도 희생양으로 삼아 마녀사냥이라도 해야 숨통이 트이는 그런 사회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괴물처럼 변하고 있다. 이제 보이지 않는 가치를 주목하고, 정신적 가치를 깊이 추구하는 내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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