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각종 위기로 자산관리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등을 거치면서 일단 투자 성향 자체가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주식시장의 손바뀜이 줄고 말라붙은 거래대금에 물꼬는 사라졌다. 저금리ㆍ저성장에 대외 불확실성마저 더해지면서 위기 후 자산관리 트렌드는 ‘대박’이 아닌 ‘잃지 않는 투자’로 완전히 바뀐 모습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산관리 공식의 변화를 가져온 기점을 2011년으로 보고 있다. 주요국의 경제가 흔들리면서 국내 수출 기업의 이익이 줄고, 투자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 사이에 낀 한국은 선진국 뿐만아니라 신흥국이 오를 때도 끼지 못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이 심화되면서 투자자들이 고개를 돌리게 됐다. 이에 나타난 현상은 해외투자 확대다. 특히 미국이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 언급이 나온 지난해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베팅하는 투자가 크게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외화증권예탁결제 거래대금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1년 118억1000만 달러이던 외화증권 거래대금은 지난해 224만2600만 달러로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가운데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는 2013년 47억4000만 달러로 전년 16억6200만 달러에 비해 3배 가량 급증했다.
임주혁 한화투자증권 마스터 프라이빗뱅커(PB)는 “자산가들은 이미 2012년 말부터 미국 펀드에 가입을 시작하는 등 미국 시장 투자에 나섰다”면서 “최근 3년간 미국 펀드 수익률은 30% 대로, 최근 뉴욕증시 상승과 더불어 환매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도 미국 경기 회복을 예상하기 때문에 시장 하락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상승시 되파는 투자가 최근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자산관리 패러다임이 보수적으로 움직이면서,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의 투자자산에서도 주식 비중은 감소세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결과 국내에 투자하는 펀드의 투자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은 2011년 48.4%에서 2012년 45%, 지난해 42.9%로 꾸준히 줄었다.
반면 채권 비중은 20% 안팎에서 지난해 25%로 늘었다.
주식투자 방식이 바뀐 것도 주목할 점이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 가운데 투자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펀드는 가치주와 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신영밸류고배당펀드에 9866억원, KB밸류포커스펀드 8261억원, 한국밸류10년투자밸런스펀드 1969억원이 각각 유입됐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펀드투자를 비롯한 자산관리의 패러다임이 달라졌다”면서 “단타보단 장기투자를 선호하면서 저평가된 우량주나 배당주 등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투자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의 거래량이 줄어든 것도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주식은 주당 약 2.3번 매매가 이뤄졌다. 이는 전년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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