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투자액 3500억원, 리픽싱으로 원금은 지켜

컬리 유동성 남기고 분기 흑자, 마일스톤 달성

3조 몸값 지탱할 '수익 유지' 핵심

컬리 최대주주된 앵커PE, '3조' 몸값 사수할까 [투자360]

[헤럴드경제=심아란·노아름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가 컬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앵커PE의 유동성 지원에 힘입어 컬리는 설립 9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내며 마일스톤 달성에 다가서고 있다.

앵커PE의 투자 단가를 고려한 컬리의 전체 지분가치는 약 3조원이다. 컬리는 남아 있는 유동성을 활용해 성장을 이끌 만한 투자처를 발굴한다는 목표다. 기업공개(IPO)까지 외부 수혈 없이 3조원 몸값을 지탱할 수익성을 보여줄지 주목되고 있다.

▶앵커PE 투자 2년 만에 1대 주주로=23일 컬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앵커PE는 13.5%의 주식을 소유한 1대주주로 변경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미국 벤처캐피탈(VC) 훙산 캐피탈(옛 세콰이어캐피탈) 지분율은 10.7%다. 창업자 김슬아 대표는 5.7%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발행된 컬리의 전환우선주(CPS)가 연초 46% 리픽싱(가격 조정)을 거치면서 주주 구성에 변화가 생겼다. 작년 5월 컬리는 유동성 고갈을 우려해 12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기존 재무적투자자(FI)인 앵커PE와 아스펙스매니지먼트가 각각 1000억원, 200억원 규모 CPS를 인수했다.

당시 앵커PE는 과거 책정했던 컬리 투자 가치 대비 하락한 밸류를 수용하면서 자금을 추가 지원했다. 이를 두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컬리의 현금이 마르면 운영이 어려워져 몸값이 높아진 시점에 FI로 합류한 앵커PE의 경우 투자 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할 수 있었다.

앵커PE가 처음 FI로 합류했던 2022년 컬리의 포스트 밸류는 약 3조8000억원이다. 당시 앵커PE는25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1년 만인 지난해 추가 출자 과정에서 컬리 포스트 밸류는 2조8000억원으로 조정됐다.

앵커PE의 평균 투자 단가를 감안하면 원금은 지키는 상황이다. 리픽싱을 반영한 앵커PE의 지분가치는 3768억원을 기록 중이다. 앵커PE의 첫 출자 직전 투자 라운드(시리즈F)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연초 앵커PE와 아스펙스매니지먼트가 CPS를 보통주로 전환해준 덕분에 컬리 재무구조는 개선됐다. 작년 말 78억원에 그쳤던 자기자본은 3월 말 기준 1286억원으로 증가했다.

▶컬리의 유동성 활용, 흑자 유지에 달린 앵커PE 투자 성과=앵커PE의 지원을 받은 컬리는 흑자 전환이라는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처음으로 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별도 매출액은 53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설립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처음으로 분기 영업흑자를 내면서 ‘구조적 적자’를 탈피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익원 다변화, 운반비와 지급수수료 절감 등 비용 효율을 높일 시스템을 찾은 모습이다. 덕분에 비현금성 비용인 주식보상비 등을 제외한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이하 EBITDA)도 7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조달해 둔 현금도 아직 지키고 있다. 3월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1830억원으로 작년말 1187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컬리는 보유 현금은 성장을 위한 투자에 사용하고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현재로선 첫 분기 흑자만으로 조 단위 몸값을 증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앵커PE가 투자 원금을 지키려면 컬리의 전체 지분가치 하한선은 2조8000억원이다.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과 비교하면 시장 눈높이와 괴리는 보인다. 22일 종가 기준 컬리의 시가총액은 6300억원대에 그친다.

컬리 투자자들은 엑시트 방법으로 IPO를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상장은 당분간 숨고르기 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흑자 기조를 꾸준히 유지해야 상장심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계절적 성수기·비수기와 무관하게 꾸준한 영업성과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컬리 ‘몸 만들기’를 진행한 이후 상장을 재추진 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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