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판매) 채널에서 철수했다. 2003년 방카슈랑스 영업을 시작한 지 21년 만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방카슈랑스 신규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은행과 방카슈랑스 제휴를 맺은 보험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기존 상품에 대해 관리만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위탁판매하는 구조다. 은행에서 판매가 이뤄지는 만큼 연금보험 같은 ‘저축성보험’ 판매가 대다수다. 소비자는 전국에 퍼진 은행지점에서 간편하게 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사도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고 사업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도 방카 비중이 줄어드는 건 지난해 도입한 새 회계제도(IFRS17) 때문이다. IFRS17에선 저축성보험을 매출에서 제외하고 부채로 간주해 많이 팔수록 회계상 불리하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채널에서는 주로 저축성보험을 팔다보니 수익성이 안 맞아 축소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메리츠화재·흥국화재 등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손을 떼는 곳들이 늘면서, 전체 보험업계 방카슈랑스 실적 중 손해보험사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2%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하반기부터는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에서 고객이 직접 저축성보험에 손쉽게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방카슈랑스 신규 매출이 지속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삼성화재 이후 방카슈랑스 시장 철수에 나서는 손해보험사들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해당 서비스가 개시되면 네이버와 카카오 등 소비자들이 친숙한 플랫폼에서 보험사의 온라인 보험 상품을 한눈에 비교하고,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 받아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방카슈랑스 시장은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 확보’가 목적인 일부 생명보험사는 은행을 통해 저축성 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가입 혜택을 제공하면서 저축성 보험을 일시납으로 계약해 목돈을 챙기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 판매를 늘리는 보험사는 유동성 확보에 목적이 있을 것”이라며 “유동성과 장기 수익성 중 보험사의 상황에 맞게 저축성 보험 판매량을 결정하는 구조인데 과도한 판매는 추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