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고정형 주담대 11월 比 소폭 ↓
KB국민은행·신한·우리 은행채 발행
“내년에 더 오른다” 대출 실수요자 꿈틀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8%를 넘길 것이라 예상됐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 아래로 떨어졌다. 회사채 시장 자금 경색으로 자제되던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면서, 은행권 조달비용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리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주담대 금리가 소폭 내리자 실수요자의 관심도 높다.
KB·신한·우리, 은행채 1조1300억원 발행...조달비용 숨통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09~6.8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달 중순(11일) 5.2~7.273% 대비 금리 상단이 0.11%포인트(p), 0.44p 떨어진 수치다.
신용대출 금리도 하락세다. 은행채 6개월물을 기준으로 하는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이날 기준 6.011~7.3%로, 지난 11월 5대 은행이 취급한 신용대출의 평균 금리인 7.016%보다 더 낮은 구간을 보이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가 8%에 육박할 거란 전망도 잦아드는 상황이다.
대출금리 하락은 최근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재개한 데 따른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6일 차환 목적의 2400억원어치 은행채를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재개를 허락한 뒤 은행채를 찍은 건 KB국민은행이 세 번째다. 앞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2700억원, 2500억원의 은행채 발행을 시작으로 계속 찍어나가고 있다.
통상 은행채 금리는 수신금리보다 더 저렴한데, 은행이 은행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조달비용이 준다. 이는 가계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코픽스에도 영향을 미쳐 주담대·신용대출 금리가 주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은행채를 발행하지 않은 하나은행도 내부 자금 수요를 살펴보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연내 만기 도래하는 금융채에 대해선 내부자금을 통해 상환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별도 차환목적의 은행채 발행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다만 자금 시장상황 및 금융시장 안정화와 관련해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 만기 도래 범위 내에서 금융채 발행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안도…대출 실수요자는 ‘꿈틀’
은행권은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은행은 그간 채권 발행 중지 명령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기존에 발행한 은행채들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고, 예수금 이탈과 기업대출 확대 등으로 연말·연초 자금 수요도 늘고 있는 반면 금융당국이 예금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리면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어려움을 고려해 지난 19일 차환 목적에 한해 은행채 발행을 허락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채권시장에 온기가 돌며 투자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은행채 차환 발행물량이 무리 없이 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대내외 통화 긴축의 속도 조절 기대, 정부의 정책지원과 금융권의 시장안정 노력 등에 힘입어 금융 시장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금리가 숨고르기에 들어가자 고금리로 대출을 미루던 실수요자들은 꿈틀대고 있다. 최근 주담대 시장에선 금리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고정금리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고정형 금리가 변동형보다 더 저렴한 상황이 지속될 뿐 아니라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기준금리 상승이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소폭 하락한 현재를 '금리 저점'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은 지금의 숨고르기 상황을 이용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여전히 실수요자가 아니면 예년 대비 금리가 너무 높아 대부분 대출을 피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