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모 기업이 임대해 쓰고 있는 서울 종로구 관훈동 관훈빌딩. 이 빌딩 한 켠에는 조선시대 대학자 율곡 이이 선생의 집 터가 있다. 선생의 흔적은 사라졌고 이 터에는 아름드리 회화나무(높이 20mㆍ둘레3m) 한 그루<사진>가 남아 300년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후손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나무 주위에 울타리를 치고, 나무의 이름과 유래, 이이 선생이 이 장소에 살았음을 알리는 팻말을 붙였다.

그리고 한가지더. 후손들은 이 울타리 둘레에 재떨이 4개를 가져다 놓았다. 선생의 집터, 그리고 300년된 회화나무가 자라는 곳을 흡연공간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관훈빌딩 건물관리팀에 따르면 이 터는 이 기업이 입주할 때부터 흡연공간으로 사용됐다. 건물내 흡연을 금지한 이 기업은 건물 앞 길, 그리고 이 집터를 흡연공간으로 썼으나 길가 흡연은 민원으로 인해 금지가 되고 마지막으로 이 집터만 남겼다.

관리팀 관계자는 “이 곳 말고는 현재 직원들이 담배를 필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없다”면서, “몇 해 전에도 한 여성분이 이 곳이 흡연실로 쓰이고 있는 것에 대해 민원을 제기해 당국 관계자들이 왔으나,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보호수와 문화재 관리를 맡고 있는 종로구청도 “야외에 있지만 집터ㆍ나무 모두 관훈빌딩의 사유재산이라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종진 건국대 원예학과 교수는 “회화 나무는 선비나무로 알려져 있으며, 정승 등의 큰 벼슬을 한 집에서는 이 나무를 한 그루 씩 키웠다”면서, “담배 연기가 나무의 생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300년된 나무가 있는 곳, 더군다나 율곡이이의 집터를 흡연공간으로 쓰인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