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김어준 진행해도 토론 하겠다”
李 “대통령과 대화가 먼저다”
유리한 ‘선거 구도’ 신경전 양상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TV토론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실상 거절했다. 이 대표에게 유리한 방식도 제시됐지만 두 사람의 토론 가능성은 낮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대화’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한 위원장은 (이 대표가) 안 받을 걸 알면서 제안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한 위원장은 지난 4일 “이 대표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송사에서, 누구를 사회로 내세워도 상관없다. 김어준이 사회를 봐도 상관없다”고 했고, 이 대표는 “난국을 해결하고 경제 파탄, 민생 파탄 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서라면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대화가 먼저”라고 말했다.
토론에 응하지 않은 이 대표를 향해 한 위원장인 꺼낸 유인책의 핵심은 ‘김어준 사회’다. 김어준씨는 민주당 성향의 방송인으로 유명하다. 특히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뚜렷한 인사들과 가깝다.
정청래,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 등 친명계 지도부와 총선에 출마한 친명계 정치 신인 등이 ‘김어준 방송’의 단골 패널이다. 최근 서울 도봉갑에 공천된 안귀령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얼마 전까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인 ‘겸손은힘들다’에 고정 패널로 출연했다. 김씨가 진행하는 토론은 한 위원장 입장에서 상당한 ‘패널티’다.
양자 토론을 놓고 한 위원장과 이 대표의 입장이 평행선인 배경에는 ‘총선 프레임’ 경쟁이 깔려 있다. 거대 양당의 총선을 책임지고 있는 두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이번 총선은 윤성열 정부 집권 3차에 치러진다. 정권에 대한 중간 성적표 성격이 강한 선거다. 야당이 내건 ‘정권 심판론’이 주요 프레임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한 위원장은 야당이 강조하는 ‘정권 심판론’을 대체할 프레임이 필요하다. ‘동료 시민’을 외치면 정치권에 등판한 한 위원장이 ‘운동권 심판론’을 내건 배경이다. 프레임 전환과 함께 ‘정권 심판론’을 희석시키는 전략도 유효하다. 이를 위해 ‘윤석열 대 이재명’이 아닌 ‘한동훈 대 이재명’의 대결구도를 부각시켜야 한다. 한 위원장이 연일 이 대표를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내는 이유로도 풀이된다.
실제 한 위원장은 매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20~30분씩 질의응답을 가진다. 이를 두고 ‘틱톡 화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안이 터지면 마치 ‘숏폼’ 동영상처럼 즉각 대응하고 핵심을 잡아 공격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안은 이 대표가 중심에 있다. 최근에는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영주 국회 부의장을 향해 ”윤리 항목에서 0점을 받았다“고 하자, 한 위원장은 “김 부의장이 0점이면 이재명 대표는 마이너스 200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토론 거절 이유를 보면 표면적으로는 ‘급’이 다르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 역시 ‘선거 구도’를 고려해 한 위원장과의 토론은 실익이 없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와 한 위원장의 대결 구도가 부각될수록 이 대표와 윤 대령이 대립각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자연스럽게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핵심 프레임인 ‘정권 심판론’에 힘이 빠질 수 있다.
그간 공개적인 자리에서 한 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이 대표의 발언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 위원장이 여당 수장으로 여의도 정치에 발을 들여놨을 때부터 민주당이 세운 전략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과 한 위원장과 말을 섞을수록 우리가 강조해온 선거 구도가 힘을 잃게 될 수 있다”며 “전략적으로라도 한 위원장보다는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구도로 선거 국면을 끌고 가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