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참 세련되지 못하게 말하는군요. 이래서야 읽는 사람이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세계적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가 문학 거장 하루키가 쓴 원고를 평한 이 말은 귀를 의심케 한다. 주변에 널려있는 소재를 독특한 감수성으로 끄집어내 맛깔스럽게 버무려내는 하루키를 못마땅해하며 혀를 차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이 상황은 어떻게 벌어진 걸까. 하루키가 마에스트로 오자와 세이지를 1년여에 걸쳐 인터뷰해 대담집으로 엮은 ‘오자와 세이지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비채) 에서 하루키는 서문을 통해 오자와와 인터뷰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오자와의 독특한 말을 일본어 문장으로 바꾸는게 간단치 않았다고 고백한다.
오자와와의 인터뷰는 하루키의 순수한 음악적 관심에 따라 오자와가 식도암으로 재활치료를 받는 휴식(?)기간 중 이뤄졌다. 첫 대화는 62년 굴렌 굴드의 뉴욕필 협연인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 다단조’로 시작한다. 선율을 흥얼거리며 자기 식대로 연주하는 걸로 유명한 굴렌 굴드의 협연은 지휘자들에게는 도전이나 다름없다. 레너드 번스타인은 연주하기 전 청중앞에서 “이건 내식이 아니다”고 못을 박았고, 실황 녹음에 그대로 담겼다. 당시 오자와는 부지휘자였다. 음악매니아인 하루키의 클래식 컬렉션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루키는 카라얀과 굴드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으로 넘어간다. 서로 엇나가는 둘의 협연에 오자와는 “카라얀선생은 굴드의 음악에 섬세하게 맞춰줄 마음이 아예 없다“며,“이 정도로 솔리스트 생각을 안하면서 심포니로 당당히 연주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평한다. 인터뷰와 대담의 사이에서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의 이 책은 마치 하루키의 응접실에 초대돼 오자와의 해설로 음악감상을 하는 듯한 독특한 재미가 있다.
하루키가 오자와 세이지와 자신의 공통점으로 몰입과 헝그리 정신, 고집을 꼽은 점에서 오자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하루키 지음/비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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