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기준 특례보증 잔액 2604억원
햇살론 등 정책금융 대위변제율 일제히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저신용자들에 대출을 내주는 ‘최저신용 특례보증’ 상품 대위변제율이 1년만에 1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차주가 3개월 이상 연체를 하는 등 부실이 발생해 정부가 대신 갚아준 비율이 급등했다는 의미다.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 차주들이 속출하자 은행권이 이에 대한 역할을 분담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4일 서민금융진흥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책서민금융상품 5개(근로자햇살론·햇살론뱅크·햇살론카드·최저신용자특례보증·햇살론유스)의 대위변제율은 지난 10월 말 기준 지난해 말 대비 일제히 급등했다.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건 바로 신용평점이 하위 10%인 최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이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지난 10월 말 대출잔액은 2604억원으로 출시 1년만에 공급목표(2800억원)의 대부분을 채웠다.
이 상품은 최저신용자에게 한 번에 최대 500만원을 빌려주는 상품으로, 당일 100만원의 급전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 대출과 함꼐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금융상품으로 꼽힌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서민들의 급전 창구들이 문을 닫자 정책금융상품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목표는 달성했지만 문제는 연체율이다. 지난해 9월 출시된 특례보증 상품은 매달 ‘오픈런’이 이어지며 반 나절, 또는 한 시간만에 완판되는 등 조기마감 행렬을 이어왔지만 돈을 빌린 취약 차주들이 특례보증 대출을 못 갚으면서 대위변제율은 11.6%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만에 부실률이 급등한 것이다.
대위변제율이 높아지는 건 다른 정책서민금융상품도 마찬가지다. 근로자햇살론의 경우 지난해 말 10.4%에서 10개월만에 110bp(1bp=0.01%포인트) 상승해 11.5%를 기록했다. 대학생 및 청년에 제공하는 햇살론 유스는 같은 기간 대위변제율이 두 배 이상 뛰어 지난 10월 말 기준 9%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저신용자 중에서도 상환 능력이 입증된 차주에게만 나가는 햇살론뱅크 역시 대위변제율이 6%를 기록했다. 상품이 출시된 지난해까지만 해도 1.1%에 불과했지만, 상환 능력이 건재하던 차주들 마저 상반기부터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며 연체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정책금융상품의 부실률이 높아지자 은행권이 취약차주에 잠겨있던 대출 문을 열어 서민금융의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례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의 경우 현재 지방은행 2곳(광주·전북은행)과 저축은행 7곳(NH·DB·웰컴·우리금융·하나·IBK·신한) 총 9곳만이 취급 중이다. 지원 대상을 최저신용자로 한정한 상품이다 보니 연체율·건전성 관리에 부담을 느낀 1금융권이 취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서민금융진흥원과 같은 공적 기관이 전액을 보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국내 은행은 부실에 대한 리스크를 지지 않는다. 최근 은행권에서 ‘상생금융’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지금,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저금리 대환대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약차주에 대한 부담은 정책금융에 전가되고 은행은 어떤 리스크도 지지 않는 게 국내 서민금융의 현실”이라며 “상생금융에 이같은 점이 반영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기형 의원은 “대출 확대만으로는 취약차주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면서 “복지정책 차원에서 범부처적으로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