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 40% 넘어

중소기업 중심으로 한계기업 매년 늘어

“내년 이후 부실 본격화…대응 필요”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고금리와 원자잿값 인상 여파로 건설업계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기업 5곳 중 2곳은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잠재적 부실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도 위험이 큰 한계기업도 늘어나는 상황으로,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이하 모두 외감기업 기준)의 이자보상배율은 4.1배로 집계됐다.

건설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18년 6.8배에서 2019년 5.6배로 하락한 후 오름세를 지속해 2021년 6.4배까지 회복했으나, 지난해 급락하면서 최근 5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5.1배인 것을 고려하면 건설업계의 채무 상환 능력이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비용)으로 나눠 산출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많아 정상적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잠재적 부실 상태로 진단된다. 지난해 이 배율이 1 미만인 잠재적 부실 건설기업은 929곳으로, 업계 전체의 41.6%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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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중은 2018년 32.3%(642곳)에서 매년 상승해 4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건설업계의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은 전체 산업 평균인 36.4%보다도 컸다.

한국은행 등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일 경우 '한계기업'으로 간주하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한계기업에 해당하는 건설기업은 387곳이었다. 이는 전체(최근 3년간 재무 자료가 존재하는 건설 외감기업 기준)의 18.7%에 해당하는 규모다.

건설기업 가운데 한계기업의 비중은 2020년 15.8%(305곳), 2021년 17.3%(349곳)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중소기업은 급증세를 보였다.

한계기업에 해당하는 건설 대기업은 2020년 46곳에서 2021년 47곳, 지난해에는 54곳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 중소기업의 경우 2020년 259곳에서 2021년 302곳, 지난해에는 333곳으로 매년 큰 폭 증가했다.

지난해 건설업계의 평균 매출액은 11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4%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1.5%포인트 하락한 4.5%를 기록했다. 건설업계 영업이익률은 2021까지는 6%대를 지켜냈으나 지난해 급락했다.

순이익률 역시 2021년 4.9%에서 지난해 3.6%로 하락해 전반적인 수익성이 떨어졌다.

지난해 건설업계의 부채비율은 144.6%로 전년(133.5%)보다 11%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2018년 132.8%였던 부채비율은 2019∼2020년 120%대로 떨어졌으나, 지난해에는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건설기업들은 코로나19 시기 저금리 기조에 따라 투자와 부채를 늘려왔는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비용이 급증하면서 전반적인 부실 위험이 커졌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건설 자잿값이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수익률이 악화한 것도 수익성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경기의 반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이후 건설업체의 전반적인 부실은 본격화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미 상당히 진행된 공사들이 중단되지 않도록 건설업계의 유동성 공급을 현실화하고 부실기업들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전문·중소 건설업체들의 연쇄 부도 및 흑자도산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한 생태계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