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영향 미뤘던 결혼 봇물 신혼여행용 여성용면도기 불티 해외여행 41%가 동남아로

살충제, 수영복, 얇은 란제리…. 이것의 공통점은? 여름상품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같은 여름상품이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 최근 겨울에 오히려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어쩌면 이상현상이다.

실제 모기, 벌레 퇴치 등을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여름상품인 살충제는 한파를 뚫고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꽁꽁 언 날씨에도 올 겨울만큼은 수영복, 수중 스포츠 관련 상품들이 잘 팔리고 있다. 심지어 얇은 란제리는 추위를 막아주는 동(冬)내의보다 판매 신장률이 높다.

가장 큰 이유는 윤달이 지나고 나서 몰려온 ‘겨울 결혼식’ 덕분이다. 지난해 윤달(10월 24일~11월 21일)을 피해 결혼하는 예비 부부들이 따뜻한 휴양지로 떠나는 겨울 신혼여행 수요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본격 한파가 시작된 작년 12월 해외로 떠난 관광객 가운데 동남아가 4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따뜻한 신혼여행지를 찾으면서 여름상품이 대거 팔린 것이다.

5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윤달이 끝난 지난 11월 22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매출을 살펴본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수영복’은 7.8% 신장했고, 물안경, 스노클링 등 ‘워터 스포츠용품’은 19.9% 늘었다.

올 겨울, 살충제ㆍ썬크림이 잘 팔린다는데… 왜?

롯데마트 측은 윤달을 피해 결혼하려는 예비 부부들이 늘면서 11월 말을 기점으로 겨울 결혼이 급격히 몰렸고 그 결과 동남아 등으로 허니문을 가기 전 여름용품을 찾는 부부들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윤달 이후 12월 말까지 허니문 여행상품 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315%) 이상 크게 증가했다.

따뜻한 나라로 떠나는 허니문이 늘어나면서 야외 활동에 필요한 여름 상품을 찾는 수요도 많아졌다.

썬크림이 11.4%, 여성용 면도기가 10.3% 매출 신장했고, 특히 살충제의 경우 비수기임에도 81.3%로 크게 판매가 늘어났다. 여행가방은 전년동기 대비 10.9%, 여행용 파우치는 134.8%, 여행용 소품 백은 433.2%나 매출이 늘었다. 또 결혼이 가장 많은 5월과 10월에 수요가 집중되는 란제리의 경우에도 실크 소재의 란제리가 38.4%, 커플 잠옷이 25.3% 신장했다. 같은 기간 동내의가 17.5% 신장한 것과 사뭇 비교가 된다.

겨울철 여름상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롯데마트 잠실점, 구로점 등 30개 점포에서는 에어워크 브랜드 수영복, 비치가방 등 워터스포츠 용품을 최대 30% 할인 판매하는 신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해외 여행객을 위한 이벤트로 여행 티켓을 제시할 경우 추가 10%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변지현 롯데마트 마케팅전략장은 “윤달 영향으로 한 겨울에 물놀이용품, 란제리 등 여름 상품이 때아닌 호조를 누리고 있다”며 “대형마트 상품의 계절까지도 바꿔놓은 윤달 특수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국내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하나투어의 해외여행수요 17만8000명 가운데 태국ㆍ말레이시아ㆍ필리핀ㆍ캄보디아 등 동남아비중이 40.7%로 가장 높았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