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직후 부진한 실적 발표
상장가치 평가 당시 예상치와 차이
공모가 결정 수요예측 과정서 조짐
비교대상 상장기업도 3분기엔 부진
급락했던 2차전지주 이달 들어 반등
기존주주 자발적으로 의무보유 약속
주요지수 편입 유력…수급전망 양호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2차전지용 전구체 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17일 상장한다. 공교롭게도 반도체기업 파두의 실적부진으로 공모가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사장 데뷔를 앞두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3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공모가가 많이 부풀려진 것은 아닌지, 상장 후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실적 관련 논란은 파두와 성격이 다르다.
기술특례상장인 파두는 현재 실적이 초라해 철저히 미래 기대로만 공모가를 정했다. 파두가 상장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한 올해 연간 매출액 추정치는 1202억원이다. 지난해가 564억원이었으니 1년새 2배 이상 성장한다는 예상(?)이다. 심지어 2024년에는 3715억원 2025년에는 6195억원으로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6억원도 안되는 순이익도 내년과 2025년에는 948억원, 19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고, 이를 현재가치로 할인해 구한 주당순이익(EPS) 1817.3원에 미국에 상장된 비교기업의 높은 시장가치를 대입했다. 올해 예상 순이익으로 계산한 EPS 32.8원보다 60배나 높은 눈높이에서 출발한 셈이다.
그런데 2분기와 3분기 실적이 극도로 부진해 전망의 신뢰도가 낮아졌음에도 이를 미리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문제가 됐다. 못할 수는 있지만, 숨기거나 조작하면 안되는 게 시장의 룰(자본시장법 125조)이다.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한다고 하니 결과를 두고 볼 일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일반상장기업으로 실적 안정성이 파두와 차원이 다르다. 이미 매출과 이익이 꾸준하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올 상반기 실적에 2를 곱한 연간추정실적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12개월간의 실제 실적을 평균해 공모가를 정했다. 공모가의 기반이 된 기업가치의 절반은 이미 확정된 수치다. 심지어 비교대상 기업 대부분도 같은 환경인 국내에서 거래 중인 종목이다.
다만 공모가를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추정했는데 14일 3분기 실적이 영업적자로 드러나면서 올 하반기 실적추정치의 신뢰도가 낮아졌다. 만약 공모가 산정 기준을 상반기에서 3분기로 바꾸면 기업가치 추정치는 최소 30% 이상 낮아진다. 9월 말 마감되는 3분기 실적은 내부적으로 10월 말, 늦어도 11월 초 정도면 확정이 된다.
일정을 감안하면 공모가를 조정하지는 못해도 8~9일인 일반공모 청약, 13일인 납입기일 전에 부진한 실적을 투자자들에게 알릴 수 있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제도적 의무는 없다. 선례가 될 수는 있었지만 전례도 없다. 했으면 좋았겠지만 하지 않아서 잘못했다고 탓하기도 애매하다.
최근 2차전지 관련주 움직임이 좋지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탓이다. 실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비교대상 기업 3곳(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도 3분기 실적은 부진했고, 주가도 급락했다. 이를 반영한 듯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수요예측은 올해 IPO 기업 가운데 가장 저조했고 이 때문에 공모가도 주관사가 제시한 희망범위 하단에서 결정됐다. 공모주에 투자해 상장 직후 단기에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간접 재료들이다.
어느 정도 주가 부진을 예상했다면 오히려 공모주 투자자가 주요하게 살필 부분은 기존 주주들의 움직임과 예상되는 수급 상황이다.
IPO 전부터 파두 지분 11.5%를 보유했던 재무적투자자(FI) 세쿼이아트리5호는 상장 직후 평균 1만128원에 매입한 주식을 평균 3만1363원에 팔아 763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겼다. 공모가 3만1000원 근처에서 투자를 회수한 것이다. 장밋빛 실적 전망만 보고 투자한 이들은 손해를 본 모양새가 됐다. 자본시장법 125조 위반에는 배상책임이 따른다. 집단소송 제기가 예고된 이유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BRV로터스라는 FI가 24.7%(공모후)를 가진 2대주주다. 이들의 주당매입가는 약 3000원이다. 공모가 보다 한참 낮지만 상장 후 6개월 이내에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확약을 자발적으로 했다. 이들 외에 다른 기존 주주들도 마찬가지다. 기존 주주들이 단기 차익을 추구하지 않으면 공모 직후 투자한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주체가 되지 못한다.
기존 주주들이 상장 직후 주식을 팔지 않으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물량은 공모주 뿐이다. 공모주를 받은 기관투자자의 거의 전부가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들이 공모가 이하에서 주식을 팔 수는 없다. 실적에 실망해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할 때마다 공모주식이 매물로 나올 수는 있다. 그렇다고 차익매물을 받아낼 수급이 아예 없지는 않다.
공모기준으로 시가총액 2조5000억원이면 향후 코스피200지수 편입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규모가 큰 2차전지 관련 상장지수편입(ETF) 등의 편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모주는 발행주식의 20.44%다. 유동성이 낮을수록 매매에 따른 주가 변동성은 클 수 있다. 실적에 실망한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지수 관련 매수세가 낙폭을 제한하는 수급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동시에 열려 있다.
3분기 급락했던 비교기업 3곳의 주가는 공매도가 금지된 이달 들어 뚜렷한 반등세다. 새옹지마(塞翁之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