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국내 전기차 생산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높인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들이 신공장 설립 계획을 수정하거나 철회하는 것과 달리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 전동화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1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오는 2025년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151만대 생산을 목표로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국내 생산 거점인 울산공장 내 23만㎡ 부지에 2조원을 투입해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전기차 신공장을 건설한다. 지난 1996년 아산공장 가동 이후 29년 만에 들어서는 신공장에선 연간 20만~25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

기아는 경기도 화성 기아오토랜드 약 2만평의 부지에 약 1조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의 신개념 PBV(목적기반차량)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고 있다. 오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양산 시점의 연간 생산 능력은 10만대다. 향후 시장 상황에 맞춰 최대 15만대까지 생산 대수를 늘릴 계획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전동화 전환 움직임도 빨라졌다. 현재 GV60, GV70·G80 전동화 모델 등 3종의 전기차를 판매 중인 제네시스는 오는 2025년 이후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2026년 양산을 시작하는 제네시스의 초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기차가 울산 신공장에서 생산된다.

현대차·기아의 대규모 투자는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하는 허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발표한 중장기 경영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모두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국내 전기차 분야에 총 24조원을 투자해 관련 기술과 시설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연간 국내 전기차 생산 목표치는 151만대다. 이 가운데 60%인 92만대를 수출하고,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을 364만대까지 끌어올려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판매 ‘톱3’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전동화 전환에 따른 성과는 해외 시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실제 현대차·기아의 올해 1~9월 전기차 수출 실적은 25만4533대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2% 증가한 규모다.

성장세는 미국에서 가장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익스페리언 통계를 활용한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1~9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은 7.5%(현대차 4.8%+기아 2.7%)로 테슬라(57.4%)에 2위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등록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포인트 떨어졌지만, 현대차는 0.8% 늘었다.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여파에도 상업용 전기차 리스 판매 비중을 늘리는 등 맞춤형 전략으로 점유율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양산하게 되면 점유율을 지금보다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다수 완성차 업체가 미래 투자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달리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며 “특히 국내 전기차 생산 인프라 확대는 수출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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