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이은해·조현수, 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기소 사건
대법원, 징역 1년 선고한 원심 깨고 인천지법으로
“통상의 도피 범주…방어권 남용했다 단정 어려워”
1심은 각각 유죄 인정 징역 1년…2심도 1심 유지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으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이 확정된 이은해, 조현수 씨에 대해 대법원이 범인도피 교사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범인들의 통상적 도피 범주였을 뿐 형사사법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판단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받는 이씨와 조씨에 대해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으므로 범인이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도피행위 범주에 속하는 한 처벌되지 않는다”며 “범인의 요청에 응해 범인을 도운 타인의 행위가 범인도피죄에 해당하더라도 마찬가지인데, 다만 범인이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 자백을 하게 하는 등으로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경우 같이 방어권 남용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수사를 피하기 위해 이씨의 친구 A씨나 친구가 평소 알고 지내던 동생 B씨를 통해 은신처를 제공받고 그들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은신처로 이동한 행위는 통상의 도피 범주로 볼 여지가 충분해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친분관계 때문에 도와준 것으로 보이고 조직적 범죄단체를 갖추고 있다거나 도피를 위한 인적·물적 시설을 미리 구비한 건 아니란 점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또 “도피생활이 120일간 지속됐다는 것, 수사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던 것, 변호인을 선임하려고 했던 것, 일부 물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 등은 통상적 도피행위 범주에 포함된다 보이고 이런 사정만으로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해를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A씨 등이 제공한 도움의 핵심은 은신처 제공과 은신처를 옮기기 위한 이사행위 등으로 수사기관을 적극적으로 속이거나 범인 발견·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한 것은 아니어서 이를 통상적 도피가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을 그대로 유지했는데 범인도피교사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파기 환송했다.
이씨와 조씨는 계곡 살인 사건과 관련해 살인 혐의 등으로 지난해 5월 각각 기소된 후 같은 해 9월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각각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인 2명에게 은신처를 마련해달라고 하는 등 도피를 교사했다고 판단하고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은 2021년 12월 13일 인천지검 조사를 받은 후 다음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2022년 4월 16일 경기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하고 이씨와 조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고, 2심은 1심을 유지했다.
한편 앞서 살인,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씨는 지난 9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는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이씨는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남편 윤모씨를 계곡물에 뛰어들게 해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2019년 2월과 5월 복어 독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에 빠트려 윤씨를 살해하려 혐의 등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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