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일종의 도시 셈법이 있다. 일명 ‘베이상광선(北上廣深)’, 즉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4대 도시는 ‘일선(一線) 도시’로 쳐준다.
그럼 인구 2000만명, 국제공항 2개, 3대 소비중심, 글로벌 500대 기업 364개, 외교공관 23개, 개방성 1위, 행복도시 14년 연속 1위. 이렇게 하면 어떤 도시가 떠오르는가?
독자들은 연해 도시를 생각하겠지만 정답은 내륙 쓰촨성 청두(成都)다. 10년 가까이 ‘신일선(新一線) 도시’ 1위를 놓치지 않으며 살기 좋은 도시로 주목받는 도시에 어떤 비결이 숨어 있을까?
청두 고신구에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틱톡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다. 창업열은 베이징 중관춘이나 선전을 능가하는 분위기다. 이곳에 35세 이하 창업·혁신 인재 75만명이나 모여 중국 IT 인재 화수분이 되고 있다. 텐센트 온라인게임 히트작 펜타스톰(王者榮耀)이 이곳에서 나왔다. 혁신 서비스와 제품들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중국 인구 성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던 지난 10년간 청두는 인구가 40%나 늘었다. 청년 개발자들의 유입이 인구 증가를 견인한 것이다.
중국 경제 발전 축도 움직임이 있다. 흔히 ‘동이 느리고 서가 빠르다(東慢西快)’라고 할 정도로 중서부지역으로 산업 이전, 제조 업그레이드, 인프라 집중, 물류 개선이 빠르게 진행됐다. 디지털경제의 역할 분담을 위해 동수서산(東數西算·동부지역 데이터를 서부지역 클라우드 기지에서 처리) 기조하에 인텔, 폭스콘, 델(Dell) 등 하이테크기업이 들어왔다.
이렇게 광물에서 첨단 분야 업·다운스트림을 아우르는 산업 체인이 공고하게 구축됐다.
현재 중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요소는 단연 소비다. 소비 진작의 핵심에 내륙 소비 대도시가 있다. 가계 저축이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라지만 내륙 소비도시에서는 다른 이야기다. 구매력 강한 젊은 소비자들이 고급 소비시장을 활발하게 주도하고 있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들은 한국 브랜드에 대한 수용도도 높다.
중서부 대개발이 시작되던 10여년 전부터 자리 잡았던 우리 기업의 장점은 값싼 노동력의 무한 공급이었다. 이곳은 광물 매장량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수력자원도 이용하기에 충분했다. 그 정도였다.
변하는 중서부 시장과 도시에 대한 관심과 역량이 부족하다. 내륙이라는 지리적 한계와 물류 비효율성의 한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우선 ‘강한 수도전략(强省會)’을 활용해 스마트 프로젝트, 내륙 상권 소비시장, 창업생태계에 참여하는 것이 유망하다.
또한 신소재, 신에너지 자동차, 현대농업, 친환경, 의료·바이오 등 중서부 산업 체인에 늦지 않게 올라타야 한다. 단순 제조기지의 활용에서 ‘투자-R&D-구매-생산-판매’ 전 분야와 연계할 필요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내에서 원자재를 구매해 완제품을 판매하는 현지 완결형으로 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신소비 품목인 헬스케어, 미용의료, 문화콘텐츠 등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된 분야에서 열려 있는 중서부지역에서 우리 기업의 활약도 기대한다.
변용섭 코트라 청두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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