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기술력 세계 3위” 잇단 호평에도
소비자들, 장점으로 경제성·친환경만 주목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은 국산보다 수입 전기차의 기술력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차가 충전속도와 주행가능거리 등 기술 수준에서 수입차에 앞서는 상황에서 나온 여론이다. 국산 전기차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술력 홍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자동차 구매자와 3년 이내 구입 희망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입 전기차’를 선호한 소비자의 12.0%는 ‘높은 기술 수준(신기술)’을, 10%는 ‘우수한 주행성능’을 꼽았다. 국산 전기차는 이 분야에서 각각 3.0%의 소비자들이 높은 점수를 줬다.
국산 전기차는 대신 ‘저렴한 충전비용(22.0%)’과 ‘친환경 차량이라는 점(17.0%)’에서 소비자들의 선호를 받았다. 흔히 생각하는 전기차의 매력인 ‘경제성’과 ‘친환경성’에서는 국산 전기차의 인식이 긍정적이었지만, 기술력에서는 수입 전기차보다 박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판매되는 전기차는 국산의 경우에는 현대자동차·기아 모델이, 수입차에서는 테슬라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미국·유럽 브랜드가 주류로 여겨진다. 실제 신기술인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테슬라의 기술 수준이 월등하지만, 주행거리나 가속력 부문에서는 국산차의 기술력도 우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비영리기관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가 지난 5월 전 세계 20개 주요 자동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전동화 기술 수준을 평가한 결과에서도 현대차·기아는 배터리 재활용과 재사용(리퍼포즈) 항목에서는 100점 만점을, 충전 속도에선 테슬라에 이어 2위(75점)에 오른 바 있다. 주행가능거리 평가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동등한 73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해당 조사에서 현대차그룹은 ‘재생에너지 사용’ 등에서 쳐지며 전체적인 평가는 13위로 쳐졌지만, ‘기술력’ 순위에서는 테슬라와 BMW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을 혹평하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유명한 자동차 유튜버 겸 저널리스트 맷 왓슨도 기아 EV6의 기술력을 호평하며 “바로 구매해도 좋은 차”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왓슨은 29일 기준 구독자 수 845만명을 보유한 자동차 업계 ‘대형 유튜버’다.
왓슨은 EV6를 소개하면서 14분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했고, “삼성 갤럭시 폴드랑 비슷하다. 한국에서 나왔고 기술력이 훌륭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현대자동차그룹 전동화 모델에 들어간 V2L(Vehicle To Load) 기능에 대해서도 “기능은 정말 신기하다”고 평했다. 실제 전기차에 전자레인지를 연결해 음식을 데워먹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왓슨은 리뷰에서 자동차를 ‘Avoid(사지 말아야 한다)’, ‘Consider(구매를 고려할 만하다)’, ‘Shortlist(최종 후보에 들어간다)’, ‘Buy(그냥 구매)’ 등 4단계로 나눠 평가하는데, EV6는 ‘그냥 구매해도 된다’고 했다.
국산 전기차의 기술력 홍보가 시급하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분야 등 일부 시장에서 우리 완성차의 기술 경쟁력이 수입차에 미치지 못한다는 인식이 고정관념처럼 박혀 생긴 문제”라면서 “꾸준한 완성차 기술력 홍보와 신차 출시가 입소문을 타면 미래차 시장에서 국산차의 이미지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