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 중국 부동산발 위기가 또 한번 세계 경제에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헝다 사태에 이어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터지면서다. 하반기 경제 반등이 절실한 한국으로선 악재를 만난 셈이다. 대중국 수출 감소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미중갈등속에 국내경제의 ‘탈중국’이 이미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향후 관심의 초점은 중국 부동산에 투자한 글로벌 금융기관 등으로의 부실 전이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영향이 확대될 지 여부로 모아진다.
당초 정부나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보다 작고,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경기 회복이 뚜렷하지 않아 하반기 반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발 부동산 위기가 터지면서 수출 회복 지연,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상저하고’ 시나리오 실현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15∼2016년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서 우리 수출이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성장률도 3%대 초반에서 2%대로 밀린 적이 있다”면서 “그런 것을 감안하면 중국 경제 침체는 우리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디플레이션과 성장률 둔화에 따른 중국 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이 더 큰 문제”라며 “대중국 수출 비중이 최근 많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약 20% 수준의 최대 교역국인 만큼 중국 경제 위축은 우리 경제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는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요인도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위안화와 원화의 동반 약세가 나타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 수준에서는 한국경제나 글로벌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달리 아직은 중국 국내 문제로 여겨지고 있고, 중국 정부의 대응 등을 감안하면 글로벌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내수 소비, 그중에서도 서비스 소비 중심으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실제 그렇게 전개됐다”면서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소비재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다. 우리 수출이 주로 중간재와 자본재, 원재료, 부품 등 위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따라서 중국 리오프닝 과실이 크지 않았던 구조적 요인과 같은 이유로 중국 제품과 서비스 소비에서 우리 존재감이 미미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받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거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미국 금융시장이 발달했기 때문으로, 중국은 파생상품 등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이번 중국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국제금융시장이나 미국과 유럽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중국 부동산 위기는) 새로 벌어지는 게 아니라 1년 넘게 진행 중인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라면서 “조금 더 진행되면 중국 정부가 개입할 것으로 보는 만큼 리먼 브러더스 사태처럼 될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소비재보다 중간재 위주인 점, 우리 기업의 대중 의존도가 많이 떨어졌고, 수출 기지 역시 베트남 등 동남아로 다변화하면서 탈중국이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당장 우리 경제 수출이나 성장률 전망을 바꿀 정도의 리스크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중국 부동산 위기가 국제금융시장 불똥으로 확대되지 않으면 미 연준이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미치는 영향 또한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 부동산 위기가 중국 내 문제가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나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을 촉발할 경우에는 한국 경제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고, 이 경우 미국은 물론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기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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